허위공시 의혹에 에이치엘비 회장 직접 해명..주가는 폭락
국내 바이오 기업 에이치엘비(HLB)가 임상 결과를 허위로 공시했다는 의혹으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직접 16일 오후 유튜브에 나와서다. 그러면서 "허위 공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소명 중”이라고 반박했다.
임상 결과 허위 공시 의혹은 에이치엘비가 지난 2019년 9월 언론사를 상대로 배포한 내용이 대상이다. 위암 등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경구용 항암 신약 후보물질(리보세라닙)을 개발 중인 에이치엘비는 당시 ‘HLB,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 성공 발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에이치엘비의 자회사(엘리바)가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시험 3상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에이치엘비는 ‘2017년 2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12개국 88개 병원에서 위암 치료에 실패한 환자 46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다’며 ‘위독한 말기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리보세라닙이 월등한 약효를 입증했다’는 문구를 넣었다.
진 회장은 이날 유튜브에서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조사했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를 앞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허위 공시였는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 진 회장의 입장이다. 그는 이날 한 언론사가 ‘리보세라닙 임상 시험 결과가 실패에 가까운 것이었음에도, 성공한 것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보도한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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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등한 약효 입증” vs “자의적 해석”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리보세라닙의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진 회장은 “신약 허가 신청(NDA) 전에 진행한 사전미팅(Pre-NDA meeting)에서 나온 얘기일 뿐”이라며 “사전 미팅은 신약 허가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FDA의 사전미팅 과정에서 등장한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이미 투자자들에게 알렸다는 것이 에이치엘비의 주장이다. 에이치엘비는 “2019년 6월 27일 기업설명회(IR)에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3상 시험 결과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IR에서 에이치엘비는 임상에 참여한 위암 환자의 전체 생존 기간(OS·Overall Survival) 수치가 기존 위암 치료제보다 낮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신약이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려면 진짜 신약을 복용한 환자(시험군)가 가짜 약을 먹은 환자(대조군)보다 상대적으로 더 오래 살아야 하는데(생존율), 리보세라닙의 시험군과 대조군 간 생존 기간 차이가 불과 0.65개월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에이치엘비는 “유효성 지표 중 하나(OS)를 임상에서 입증하지 못하면서 리보세라닙의 신약 허가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스스로 공시했었다”며 “임상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진 회장도 “이와 같은 내용을 금융 당국에 소명 중”이라며 “(신약을) 개발하고 상업화를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 (외부에서) 결론이 나는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조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날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급락했다. 장중 하한가를 기록했던 에이치엘비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2만4900원 하락(-27.2%)해 6만6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 총액이 하루만에 1조3000억원 가량 줄면서 전날 3위(4조8530억원)였던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도 8위(3조5313억원)로 내려갔다. 계열사 에이치엘비생명과학(-28.0%)·에이치엘비제약(-22.8%) 주가도 동반 급락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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