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민걸 "임종헌 재판 뒤 선고해달라"..윤종섭은 거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회조정실장이 법원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 심리가 끝난 뒤에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건 재판장인 윤종섭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 부장판사는 이 전 실장 측이 낸 변론재개 신청을 거부하고 선고일만 이달 18일에서 3월 11일로 연기했다. 직접 선고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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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건 선고는 임종헌 재판 결론도 정해놓는 것"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왼쪽)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이 검찰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지난 10일 재판부에 변론재개신청서를 제출하면서 “현재 진행중인 임종헌 전 차장의 재판까지 심리를 마친 다음에 다른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가 이루어져야 모순 없는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취지의 사유를 적었다. 그 이유로 “같은 재판부가 맡고 있는 임 전 차장 본인 재판 심리가 끝나야지 이 사건 피고인 신문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사건의 실체가 실질적으로 규명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핵심 피고인으로 평가받는다. 이 전 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은 임 전 차장 일부 혐의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관한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할 목적으로 법관 중복 가입 조치 등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이 전 실장 재판 증인으로도 출석했지만 증언을 일괄적으로 거부했다. “자신에 대한 형사 사건에서 피고인 신문이 이뤄지기 전에 증인으로서 이 사건에서 증언하게 된다면 증인의 공소범죄사실에 대한 인식과 생각이 검찰 측에 사전에 노출된다”는 이유였다. 변론 재개 없이 그대로 선고가 진행된다면 이 사건의 핵심 관련자인 임 전 차장의 증인신문 없이 이 전 실장 등에 대한 판결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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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유임 윤종섭…이민걸이 불길한 직감 들었을 것"
이 전 실장 측은 또 신청서에서 “자신 사건의 선고 결과가 먼저 나올 경우 사실상 임 전 차장 사건의 결론을 미리 내는 것"이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는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이 한 정기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6년째 잔류했다. 통상 3년가량 근무한 뒤 다른 법원으로 자리를 옮기던 관행을 깨뜨린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실장의 변론재개 신청을 놓고 “윤종섭 부장판사가 좋지 않은 판결을 할 것이라고 직감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이 윤 부장판사에게 6년 유임이라는 특혜를 준 건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 유죄 판결을 내리라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사실상의 ‘인사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법원 내부에서 제기됐다.

임종헌 전 차장은 앞서 “윤 부장판사가 유죄 심증을 드러냈다”며 재판부 기피 신청까지 했지만 기각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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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섭, 변론재개 거부하며 직접 선고 의지
이민걸 전 실장 등의 재판 선고가 임 전 차장 심리 종료 이후로 미뤄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판부가 바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임종헌 전 차장의 재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 조사가 끝나지 않아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종섭 부장판사는 하지만 이 전 실장의 변론재개 신청을 거부했다. 윤 부장판사가 선고일만 3월 11일로 연기한 데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기록 검토 및 판결문 작성을 위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