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뷔통 회장·NBA스타도..미국과 유럽에 부는 '스팩' 열풍
「 “유럽 최고 부자가 스팩(SAPC)열풍에 동참했다.” 」
미국 CNN이 15일(현지시간)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이 SPAC 설립에 나선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아르노가 이끄는 LVMH는 루이뷔통과 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의 자산은 1140억 달러(약 126조원)로 세계 4위이자 유럽 1위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아르노는 ‘페가수스 유럽’이란 이름의 스팩 설립을 준비 중이다. 아르노가 소유한 ‘그룹 아르노’의 자금을 바탕으로 회사를 세운 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증시에 상장해 수억 유로의 자본을 확보할 계획이다.
운영은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딧의 전 최고경영자(CEO) 장 피에르 머스티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출신 인수·합병(M&A) 전문가 디에고 디죠르지가 맡는다. FT는 “페가수스가 미국만의 현상이던 스팩의 유럽 확산을 선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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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미국에서 스팩 열풍 시작
스팩 열풍의 진원지는 미국 월가다. 지난해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스팩의 자금조달 규모는 832억 달러(약 92조9344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18년 107억 달러(약 11조 9519억원)에서 677%가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통적 IPO가 어려워지며 인기를 얻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스팩 열풍엔 유명 스포츠 스타와 정치인, 헤지펀드까지 동참하고 있다. 전 미 프로농구(NBA) 스타 샤킬 오닐은 지난해 10월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아들 마틴 루서 킹 3세와 함께 미디어·IT 기업 인수 목적의 스팩 설립에 나선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폴 라이언 전 미 하원의장도 자동차 관련 스팩 기업 설립에 나섰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도 스팩 설립 자금 10억 달러(약 1조1235억원)를 마련하려고 은행과 접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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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M&A가 목적인 '서류상 회사'
스팩은 일반 기업처럼 증시에 상장되고 주식 거래도 된다. 하지만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라 실제로 하는 사업은 없다. 상장으로 얻은 투자금으로 비상장 우량 기업을 M&A 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차익을 얻는 게 목적이다. 스팩이 M&A에 성공하면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아 매매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스팩이 M&A 이득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특수목적회사(SPC)’로 분류되는 이유다.
상장 차익을 노리는 기업이 '빈 껍데기' 역할을 하는 서류상 회사인 스팩을 설립해 투자자와 자금을 모아 증시에 상장한 뒤 M&A할 기업을 물색하기 때문에 ‘백지수표 회사’로도 불린다. 투자자는 기업이 아닌 스팩의 M&A에 투자하는 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안전장치가 있다. 스팩 상장 후 2년(미국 기준·한국은 3년) 이내에 M&A 기업을 못 찾으면 투자자는 원금과 예금 수준의 이자를 함께 돌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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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1대도 못 판 니콜라, 스팩으로 8000억 확보
피인수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 시장에 손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상장하려면 IPO로 투자자를 공모해야 한다.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상장까지 2~3년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스팩과 M&A를 하면 주식 시장에 입성하는 시간과 절차를 줄일 수 있다.
스팩을 통한 우회 상장의 대표적 사례가 미국 수소자동차 업체 니콜라다. 니콜라는 2014년 설립 이후 단 한 대의 차도 팔지 않았지만 지난해 나스닥에 입성했다. 지난해 6월 스팩 ‘백토(Vecto) IQ’와 합병을 통해 증시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스팩을 통해 니콜라에 조달된 금액만 총 7억달러(약 7800억원)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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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코스피에선 스팩 상장 '0'
한국에도 스팩 열기가 옮겨붙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인수를 완료한 스팩은 17곳으로 2017년(21곳)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09년 한국에 스팩 제도가 도입된 후 지난해까지 총 189개 스팩(코스피 3사, 코스닥 189사)이 상장됐다. 이 중 94곳이 3년 안에 합병에 성공했다. 코스피에 상장한 스팩은 2010년 이후 없었다.
각국 증시에서 스팩 열풍이 불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IPO를 통한 꼼꼼한 검증을 할 수 없는 탓에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팩을 통한 합병 상장은 IPO보다 체계적으로 기업을 들여다보기 힘들다”며 “스팩 투자자는 인수 기업의 재무제표, 회사의 사업 내용, 기술 평가 등을 깊이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2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스팩을 통해선 (기업의 가치가 부풀려져서) 투자자가 돈을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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