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백기'가 '홍결기' 되나..국회에 "희화화 말라" 경고한 홍남기
“저는 사과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그렇게 쉽게 일하지 않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날 “정부가 마치 여당의 결정을 따르고 집행하는 기구로 전락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총리의 답변 태도가 유감”이라며 “사과하라”는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의 요구에 홍 부총리는 “사과할 일 없다. 기재위에서 비공식 당정회의를 얘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받아쳤다.
그간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홍백기(白旗, 항복의 의미)’,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로 불려온 것과는 적잖이 달라진 모습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할 말은 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지난 2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후 “홍남기 즉각 사퇴”(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 파문을 불러온 자신의 페이스북 반박글이 거론되자 특히 그랬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집권당 대표 연설 직후 개인 SNS에 반발하듯 낸 메시지는 신중해야 했지 않나.
▶홍 부총리=연설 당일 입장을 밝힌 건 송구스럽다. (하지만) SNS에 올리지 않고 보도자료를 냈거나 정식으로 인터뷰했다면 더 크게 대응한 것이 돼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양 의원=잘했다고 생각하나.
▶홍 부총리=재정 당국 입장을 완곡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올린 거다.
▶양 의원=그 방법밖에 없었나.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가.
▶홍 부총리=다시 말하지만 (공식) 보도자료, 인터뷰하거나 비공식적으로 SNS를 통해 (입장 표명을) 할 수도 있다. 그때 가서 여러 가지로 판단해야 한다.
홍 부총리는 거듭 “송구스럽다”면서도 향후 언제든 제 목소리를 내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이날 적극적 재정 확대를 주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4차 재난지원금은 주먹구구식이다. 선거용이란 의심이 있다”(서일준 의원)는 데 공세를 집중했다. 서 의원이 “4차 재난지원금 방식이 선별지급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부총리가 뚝심을 발휘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하자, 홍 부총리는 “물론 (내 의견이) 관철 안 된 적도 많이 있었지만 그런 것 갖고 희화화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후에도 “국회나 정부나 다 국민을 위해서 일하는 조직 아닌가”, “그건 정부를 지나치게 폄하한 말이다”, “공무원들은 지금도 밤을 새운다”는 등 의원들을 향한 홍 부총리의 ‘작심 어록’은 계속됐다. 이런 그를 두고 당·정 안팎에선 “4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관철로 힘이 실렸다”(기재위 보좌진), “우리 ‘바보형’ 남기형이 달라졌다”(기재부 관계자)는 평가가 나왔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관련해 홍 부총리는 “검토 중이라 확정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그냥 (소상공인 매출) 10억원까지 (지원)하려고 검토 중”이라고 대상 확대를 시사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손실보상제에 대해서는 “이르면 4월 정부의 큰 그림이 나올 것”이라며 “(근거 법안을) 감염병예방법에 할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에 할지, 별도 법을 만들지 부처 간 이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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