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北에 잡혀 있는데..정부 '외국인 구금 반대' 국제선언 불참
캐나다가 주도하고 미국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적 목적의 외국인 구금 반대 이니셔티브에 한국은 동참하지 않았다.
캐나다 외교부는 15일(현지시간) 58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하는 ‘국가 간 관계에서 임의 구금에 반대하는 선언’을 출범했다. 국제적 연대를 통해 외국인 구금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부 국가의 이른바 ‘인질 외교’ 관행을 뿌리뽑자는 취지다. 마크 가노 캐나다 외교장관은 “정치적 목적의 외국인 체포 및 구금은 인권 유린이며, 국가 간 관계를 저해하며,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약화한다”고 말했다.
선언에 서명한 해당국 외교장관들은 이날 행사에 영상 메시지 등을 통해 참석했다. 특히 미국이 크게 환영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영상 메시지에서 외국인 임의 구금을 “너무 많은 국가들이 악용 중인 극악무도한(heinous) 행위”로 비판한 뒤 “인간은 협상카드(bargaining chip)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캐나다가 공개한 서명국 명단에 한국은 없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참여 요청을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에 대해 인지해왔고, 지금도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국제사회의 논의동향을 주시해나갈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즉답은 피했지만, 해당국과 관련 논의는 있었으나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볼 수 있다.
외교가에는 정부가 중국과 북한을 의식해 동참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많다. 블링컨 장관이 이야기한 ‘너무 많은 국가’에 두 나라가 포함된다는 게 국제사회의 일반적 인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언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성격도 있는 게 사실이다. 2018년 캐나다가 중국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를 체포하자 중국은 캐나다 전직 외교관 등 캐나다 국적자 2명을 간첩 혐의로 기소했고, 현재까지도 구금 중이다. 중국은 적법 절차라고 주장했지만, 멍완저우 석방을 위한 사실상의 보복조치였다.
중국은 이날 출범식 뒤에도 크게 반발했다. 주캐나다 중국 대사관 대변인 명의로 입장을 내고 “중국은 이번 선언에 대해 매우 큰 불만과 강한 반대를 표하며, 이를 캐나다 측에 전달했다. 중국은 법치를 중시하는 국가이며, 이런 ‘메가폰 외교’로 중국을 압박하려는 시도는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한ㆍ중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번 선언의 주제가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불참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캐나다가 제기한 임의 구금의 문제점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로 인한 한국민의 피해도 실제 끊이지 않는다. 북한에 구금된 한국 국적자는 6명이며, 노동교화형 등을 선고받고 사실상 고문에 가까운 처우에 고통받고 있다. 최근 이란이 한국 선박과 선원을 억류한 것 역시 큰 틀에서는 정치적 목적의 구금으로 볼 수 있다. 재외국민 보호를 가장 중요한 외교적 목표로 설정한 문재인 정부가 임의 구금에 반대하는 국제적 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이번 선언에 유럽 대다수 국가가 참여했고,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만 동참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주도 함께 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자유주의 진영에 속하며 자유주의의 혜택을 보며 성장한 나라인데,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면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지하는 다른 국가들로부터 소외될 수도 있다”며 “정부의 외교정책 지표가 미ㆍ중의 딱 중간에 찍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이는 중국 문제 대응에 동참을 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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