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고령층 제외 논란.."백신 신뢰 얻으려다 불신만 키웠다"

정부가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미룬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봄철 4차 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요양병원 노인은 최소 두 달간은 백신 없이 버텨야 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효능 논란이 있는 백신을 무리하게 접종할 경우 신뢰를 떨어뜨려 향후 접종률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이런 결정이 오히려 불신을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계속 나온다.

멕시코시티에서 한 여성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부가 15일 발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의 핵심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을 당초 계획과 달리 2분기 이후로 미룬 것이다. 현재까지 나온 자료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효과를 입증하기 부족하다는 논란이 있으니 이르면 내달 말 공개될 추가 임상 자료에서 효과를 확인한 뒤 접종을 재검토하겠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런 정부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학적 근거로 판단할 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효과가 다른 백신보다는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나 중증화 방지에 있어선 좋은 효과를 보인다”며 “3월 말에서 4월 초 노령층 접종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본격적인 보호 효과는 4월 중순이 지나야 발휘된다. 약 두 달간을 백신의 본격적인 도움 없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등 기존 방식으로만 버텨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P=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추가 자료는 3월 말께 나올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지만, 자료가 늦어질 수 있고 자료가 나와도 논란이 완전히 해소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임상 발표가 대략 3월이라고 하지만 보장이 없는 기간”이라며 “그때 결정해서 접종해도 효과가 나기까지 두 달가량 걸릴 텐데 4차 유행이 시작돼 요양병원 등에서 집단으로 확산하면 억울한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종사자로 인한 감염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입소자 감염 위험은 여전히 있다”며 “1년간 제대로 면회를 못 한 보호자와 가족들에게 아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4차 유행은 언제와도 이상하지 않다”며 “결국 국민의 희생만으로 막아내기보다 백신의 도움을 받는 게 효율적으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대상별 초기 접종 계획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수차례 강조해왔음에도 결국 이런 정부 결정이 백신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재훈 교수는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접종 연기를 선택했지만, 오히려 백신에 대한 신뢰를 결정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미 한 차례 고령층에 접종이 연기된 백신을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권고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이번 발표가 오히려 효과성과 안전성에 문제 있는 백신이란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가뜩이나 모더나, 화이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효능이 떨어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고 논란이 있는 가운데 정부의 결정이 불신만 더 부추긴다는 것이다.

당장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게 될 65세 미만 요양병원 종사자 가운데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16일 요양병원·시설 관계자들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더 좋다는 백신을 가져와도 불안할 판에 65세 이상은 임상시험 결과를 봐서 사용 안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안전성이 확보 안 됐다는 소리 아니냐. 우리가 실험 대상인 것이냐”는 불만이 나왔다. 한 종사자는 “아스트라제네카 무료 접종 동의서를 받고 있는데 거부하고 싶다고 하니, 퇴사까지 거론한다”라며 “백신 부작용까지 걱정하면서 다니게 됐다”고 토로했다. “고위험군이라 일주일에 두 번씩 코로나 검사받게 해놓고 화이자는 코로나 의료진만 맞히는 게 참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그러나 고령층에 대한 효과를 확인하는 대로 즉시 접종을 진행하겠다며 일정에 무리가 없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경실 질병청 백신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16일 브리핑에서 “요양병원, 시설에서 외부와 접촉이 많은 종사자에 대해선 먼저 접종하고 들어간다”며 “노인분들을 보호할 일차적 보호막은 형성하고 들어간다는 점을 다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65세 이상 입원, 입소자분은 추가적 임상 결과가 확인되는 대로 바로 결정할 예정”이라며 “3월 말에서 4월 초로 예측하고 있다. 접종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면 3월 이후에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이라든지 모더나, 얀센 백신 같은 다른 백신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