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다"만 4번..그래도 '세월호' 김석균 무죄 준 법원 왜
‘세월호 구조 실패’ 혐의로 김석균(55) 전 해양경찰청장 등 11명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던 지난 15일 오후 2시경.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선고 결과 발표에만 1시간 30분을 할애하며 "안타깝다"고 4번, "아쉽다"라는 단어는 5번 사용했다. 재판 시작 30분 전부터 법정에 줄을 서 기다리던 세월호 유족들을 신경 쓴 모습이었다.
하지만 재판부의 결론은 “해경 지휘부의 미흡한 조치를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과실 책임을 묻기 어렵다”였다. 선고를 듣고 방청석에서 "이게 말이 되냐"는 원성이 쏟아지자 재판부는 “재판부는 판단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감수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원이 이례적 설명을 더 해가며 해경 지휘부에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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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교신에 어려움 겪던 해경
판결문에 따르면 해경 지휘부에서 세월호와 교신하려고 한 정황들이 무죄 판결의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해경 진도VTS(해상교통관제센터)는 세월호 승객인 고등학생 최모군의 신고가 접수된 오전 8시 54분부터 해경 123정 등 구조 세력이 도착한 이후까지 세월호와 13차례 교신하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오전 9시 23분경 세월호와 교신해 “방송을 해서 승객들에게 구명복을 착용토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최초신고자와 통화해 상황 파악에 나서려 한 흔적도 포착됐다. 오전 9시 18분경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은 ‘오전 9시 2분에 세월호를 3회 호출했지만 교신에 실패했다’는 123정 정장 김모씨의 보고를 받고 최초 신고자인 최군의 연락처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주변 소음으로 최군과 원활한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오전 9시 29분경 선장 번호로 전화를 걸어 2~3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와 함께 해경 지휘부에서 승객을 퇴선시키지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봤다. 피고인들이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이 구조 의무를 방기하고 탈출했다는 사실, 세월호 승객들이 퇴선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선내 방송에 따라 잔류하고 있었던 상황을 예상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세월호가 10분 남짓 만에 급속하게 침몰하리라는 걸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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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지휘부 대응은 미흡…해경 조직 차원의 문제”
다만 법원은 해경 지휘부의 대응 체계가 미흡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고 당시 오전 8시 54분경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은 세월호 승무원 유모씨의 추가 신고를 접수했지만, 다른 구조본부나 구조세력에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 진도VTS가 세월호와 교신한 사실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 외 다른 구조본부에선 인지하지 못했다. 이외로 해양경찰청 경비과장 여씨는 오전 9시 38분경 ‘세월호가 50도로 기울었다’는 123정 정장의 보고를 본청 지휘부에만 올려, 구조본부 및 본청 상황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지적한 재판부는 “각급 구조본부 사이에 누가 사고 선박 및 현장 구조세력과 교신을 전담할지 교신체계가 정립되지 않았다”며 “그 결과 개별 단위에서 수집한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되지 않았고 역할 분담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를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차원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해경 조직 체계가 미흡한 것을 두고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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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죄 구성요건 충족 안 된다고본 듯”
법조계에선 법원이 이 사건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LF)는 “통상 피고인들의 행위가 현저하게 불합리하지 않은 이상 단순히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하였다는 점만으로 과실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판결은 피고인들이 적절한 판단으로 구조사를 선체에 진입시켰다고 하더라도 구조 여건이나 장비의 부족으로 효율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했을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해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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