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없다고 사우나 알몸노출도 없던 일 되나" [인터뷰]

김이현 2021. 2. 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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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호텔 해명 이해 못해" 호소
"새벽까지 인터넷 뒤지고 정신과 치료도 받아"
네이트판 캡처


제주의 5성급 호텔에서 사우나와 화장실 이용객의 알몸이 창밖으로 노출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진 뒤 호텔 측이 “피해는 없었다”고 해명하자 피해자 측은 “촬영이 없었으면 피해가 없는 것이냐”며 반박하고 나섰다.

피해자 A씨는 1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건 누군가 촬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알몸이 노출된 상황으로 사우나와 화장실을 이용한 건 피해가 아니냐. 바깥사람들과 샤워실에서 눈까지 마주쳤다”고 호소했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5일 제주의 5성급 호텔에서 숙박 도중 이용한 사우나와 화장실의 미러코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알몸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한 신혼부부의 경험담이 올라왔다. 해당 호텔은 그랜드조선 제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러코팅이란 유리창을 통해 내부에서는 밖을 볼 수 있지만 외부에선 창문 안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특수코팅을 의미한다.

파문이 커지자 호텔 측은 이날 오전 해당 사실을 인정한 뒤 해명했다. 호텔 관계자는 “운영상의 실수로 일부 공간에서 블라인드를 내리지 못한 부분을 파악했고 상시 운영으로 변경했다”며 “경찰 동반 조사를 통해서 CCTV 확인 등을 한 결과 우려한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피해자 A씨와의 일문일답.
그랜드조선 제주 전경.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호텔의 사우나가 노출되는 구조라는 사실을 언제 어떻게 인지했나

“12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하고 있는데 신관 방향의 남자 사우나 쪽을 보는데 안이 다 보였다. 처음엔 아내도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근데 전날 사우나에서 혼자 있을 때 찍어놓은 내부 사진과 (밖에서 본 모습을) 비교해 보니 똑같았다. 이상해서 호텔 입구 쪽 여자 사우나를 가서 보니 온도계 글씨, 선베드, 옆의 샤워실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이후 호텔 사우나가 문을 닫은 시간에 호텔 직원 대동 하에 같이 가서 확인했다. 이후에도 너무 걱정돼서 (인터넷에) 알몸 노출이 된 게 있나 찾아보기까지 했다.”

-어떤 걸 찾아봤다는 건지 물어봐도 되나

“인터넷에 ‘조선 호텔 알몸’ 이런 것이 올라왔나 다음날(13일) 오전 3시까지 확인했다. 잠도 제대로 못 잤고 오전 9시에 지배인이라면서 객실 전화로 연락이 와서 내려갔다. 근데 너무 어려 보여서 (직함을) 물어보니까 당직 팀장이라고 했다. 그 사람은 낮에는 블라인드를 제거하고 밤에는 보일 수 있으니까 블라인드를 내린다고 설명하면서 미러코팅이 되어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낮에 객실, 식당, 분수대 등에서 확인을 해봤는데 다 보였다.”

-이용했던 시간과 구조를 설명해달라

“여성 사우나와 부속 샤워실, 화장실이 문제가 됐다. 남성 사우나도 사우나는 그랬다(내부가 보였다는 뜻). 미러코팅은 사우나 일부에 되어 있었는데 그것도 약하게 돼서 밖에서 다 보일 정도였다. 그곳을 11일 오후 6시50분부터 7시20분까지 이용했고, 12일 오후 4시40분부터 5시30분까지 이용했다. 우리가 이용했던 시간에는 블라인드를 치지 않은 상태였다.”

네이트판 캡처


-낮에도 노출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다음에 호텔의 대응은 어땠나

“당직 팀장이 사과했다. 실수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취할 수 있는 조치랑 확인해서 말해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요청 사항을 말했는데,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근해 검토한 뒤 월요일(15일)에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요청은 어떤 내용이었나

“저희랑 같이 이용한 사우나 이용객이 있었다. 미성년자도 있었다. 호텔에서 계속 마주쳤던 분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에게도 말을 하고 사과를 하라고 요청했다. 근데 안 된다고 했다. 그럼 우리가 알려줘도 되냐고 물으니 안 된다고 했다. 홈페이지에 해당 내용 게시하고 사과하라고 했는데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지배인이 설 연휴라 대면까지는 어렵다면 전화라도 달라고 했다. 사고가 나면 제일 높은 사람이 사과하고 해명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12일부터 지배인 연락을 기다리면서 비행기까지 미뤘는데 14일에서야 문자가 왔고 전화는 15일 왔다.”

-문자와 전화는 어떤 내용이었나

“문자는 편한 시간 말하면 통화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는데 이틀 만에서야 온 연락이라 황망하기도 하고 대답하고 싶지 않아서 답을 안했다. 그러니까 15일에 전화 와서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더라.”

네이트판 캡처


-호텔에서는 경찰 조사 우려한 피해는 없다고 해명했다.

“처음에 호텔에서 아무도 안 지나갔다고 했는데 신뢰를 할 수 없어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확인해보니 호텔 측에서는 이용하지도 않았던 시간대를 보고 있었다. 그래도 경찰에서 촬영행위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다만 아직 종결 통보는 못 받았다. 근데 촬영 행위가 없었다고 많은 사람이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곳에서 알몸으로 샤워를 한 행위가 피해가 아니라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내 말로는 밖에서 화장실을 본 여자 경찰이 경악했다고 하더라.”

-게시글에서 호텔에서 경찰이 영업 방해로 신고했다고 했다.

“13일 오후에 장인과 장모가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어 제주로 와서 현장을 확인했다. 샤워실 등이 남들 앞에 딱 보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부모가 어디 있냐. 로비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항의하니까 호텔에서 영업방해로 경찰을 부르더라. 경찰들이 피해자를 영업방해로 신고했냐고 어이없어했다. 경찰 설득에 진정하고 끝났다.”

네이트판 캡처


-호텔 측에서 오늘 연락 왔었나

“지배인은 이틀 동안 연락이 없었기 때문에 신뢰가 깨졌다고 판단해서 본사의 책임자를 연결해달라고 부탁했다. 규정상 안 된다더라. 다시 홈페이지에 사과하고 같이 이용했던 고객들에게도 사과하라고 요청했다. 또 안 된다고 했다. 근데 오늘(16일) 언론 보도가 되고 화제가 되니까 그제야 책임 본부장이라는 분이 와서 사과하겠다고 하더라. 너무 화가 났다. 피해자가 개인으로 항의할 때는 전화 한 통 없던 사람들이 알려지니까 찾아와서 사과하겠다는 태도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전혀 진실한 사과가 아니다.”

(다만 논란이 커진 뒤인 16일 오후 호텔 홈페이지에는 사과문이 게시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호텔 측은 사과와 함께 “사우나 운영을 중단하고 시정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랜드조선 제주 측이 게시한 사과문. 그랜드조선 제주 홈페이지 캡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지금 언론 보도들을 보면 피해가 없었다고 나온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피해를 봤는데 이런 해명이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저랑 아내는 병원에 가서 우울증과 트라우마 진단까지 받았다. 3개월 이상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 회사에서도 정상적인 근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조퇴를 시켜줬다. 일상 생활이 마비가 됐다. 보상은 원하지 않는다. 대기업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법적 대응이나 언론 등을 통해 억울한 상황을 알리고 싶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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