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자' 위에 선 청춘..유흥업계 "그냥 영업정지해라" 울분
15일부터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비수도권은 1.5단계로 낮아지면서 소상공인 영업 규제가 일부 완화됐다. 그런데도 유흥업계와 파티룸업계 등에선 “차라리 그냥 영업금지를 해라”는 울분이 나온다. 이들은 왜 정부의 제한 완화 조치에 더 분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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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엄띄엄 서서 휴대전화 보기
16일 오전 5시부터 문을 연 서울 강남의 한 클럽 내부. 큰 소리의 클럽 음악이 나왔지만, 스테이지엔 10여명의 사람이 거리를 두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바닥엔 ‘X’자 표시가 거리를 두고 붙어 있었다. 사람 간 접촉을 피하고 지정된 자리에서만 몸을 움직이도록 하기 위한 임시 조치다. 이 클럽은 오전에만 문을 열기로 했다.
집합금지 업종으로 분류돼 영업이 중단됐던 클럽,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는 15일부터 문을 열 수 있게 됐지만, 춤추기가 금지됐다.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하고, 테이블 이동도 불가능하다. 8㎡당 1명만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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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피하려고 영업금지 풀었나" 토로
클럽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하루 입장객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직원만 100명이 넘는데 직원이 입장객보다 많아 계산해보니 문을 아예 열지 않을 때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키라고 한 모든 방역수칙을 지켰지만, 현실적으로 클럽은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클럽 관계자는 “오전에라도 여는 게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기 위한 ‘울며 겨자 먹기’식 방안”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에선 6개 클럽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나이트클럽은 항의 차원에서 영업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는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방역이 유흥업주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며 “업종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차별적인 조치로 사업주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호소했다. 유흥업주들은 정부를 상대로 강제적인 집합금지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계획 중이다. 이들은 “정부가 보상을 피하기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영업금지를 해제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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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만 대여하는데…'뷔페 조심' 안내
인천에서 파티룸을 운영하는 김두일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조정된 15일 구청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파티룸 업주를 대상으로 발송된 메시지에는 ‘뷔페에서 공용 집기 사용 시 손 소독제나 비닐장갑을 사용하고, 테이블 간 거리를 두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씨 등이 운영하는 파티룸은 스튜디오처럼 공간만을 대여한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김씨는 “우리는 공간만 빌려주기 때문에 뷔페를 운영하지도 않고, 5인 이상 모임 금지로 4인까지만 예약을 받는다”며 “4명이 모이는데 테이블 간 거리를 두라는 말이나 뷔페를 언급하는 건 업종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수 업종이니까 상상으로 규제하고 문자로 통보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중수본은 "개인의 모임과 파티 장소로 활용되는 만큼 파티룸의 영업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사적 모임을 제한하는 취지지만, 이후 SNS 등에서 '파티‘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에어비앤비'를 통해 장소를 빌려서 하는 모임이 주로 표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파티룸 업자 2000여명이 소속된 전국공간대여협회는 더불어민주당사 앞 기자회견 등 집단행동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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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손실보상 하고, 거리두기 개편해야"
비슷한 불만은 다른 업종에서도 나온다. 서울 동작구에서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이재인씨는 “방역 당국은 코인노래방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용객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코인노래연습장 영업을 오후 10시로 제한을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다중이용시설 감염이 극히 일부인 만큼 전면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를 개편해서 일률적으로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문을 닫도록 하는 조치는 과감히 없앨 필요가 있다”며 “일부 집단감염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종은 문을 닫게 하고 손실보상을 정부가 확실히 해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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