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버릇, 등뼈, 고치다, 얻다, 자라다, 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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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 37쪽부터 3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놀랍게도 37쪽 첫째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세 낱말을 빼고는 모두 다 토박이말로 돼 있습니다.
셋째 줄부터 일곱째 줄까지 이어진 "여러분이 책상 앞에 앉을 때에 허리를 구부리고 앉거나, 옆으로 비스듬히 기대고 앉으면 가슴이 오므라들어서 허파와 염통이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한다"에서는 '책상'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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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기자]
▲ 4285(1952) 과학공부 5-2 37~38쪽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
ⓒ 이창수 |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 37쪽부터 3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놀랍게도 37쪽 첫째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세 낱말을 빼고는 모두 다 토박이말로 돼 있습니다. 첫째 줄부터 둘째 줄까지 있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우리 몸에 피가 잘 돌고 숨도 잘 쉴 수 있다"는 요즘 책이라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어야 우리 몸의 혈액 순환이 잘 되고 호흡도 잘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마음대로 움직인다' '피가 잘 돈다' '숨도 잘 쉴 수 있다'는 말이 참 쉽고 좋습니다.
셋째 줄부터 일곱째 줄까지 이어진 "여러분이 책상 앞에 앉을 때에 허리를 구부리고 앉거나, 옆으로 비스듬히 기대고 앉으면 가슴이 오므라들어서 허파와 염통이 제대로 움직이지를 못한다"에서는 '책상'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글에 나왔던 '허파'와 '염통'도 또 나왔네요. 옛날 배움책에서는 '폐'와 '심장'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음을 똑똑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곱째 줄부터 아홉째 줄에 걸쳐 있는 "또, 이것이 버릇이 되면, 나중에는 등뼈가 굳어져서 좋지 못한 체격이 되고 만다"에도 '체격'이란 말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책이나 다른 곳에서 많이 쓰는 '습관'이 아닌 '버릇'을 썼고, '척추'가 아닌 '등뼈'를 썼습니다.
열째 줄부터 열둘째 줄에 있는 "여러분 이제는 몸씨를 바로 해야 함을 알겠는가?"도 그렇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우리는 좋은 몸씨를 가지도록 힘쓰자" "이것이 좋은 몸씨인가?"까지는 모두 토박이말로 돼 있습니다.
마지막 월인 "온 몸이 다 보이는 거울 앞에서 자기의 앉은 몸씨, 선, 몸씨, 걸어다니는 몸씨를 살펴보고 좋은 몸씨로 고치자"에서는 '자기'를 뺀 모든 말이 토박이말입니다. 이 글을 처음 보시는 분들도 '몸씨'가 '자세'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참 쉽게 풀이를 해 놨습니다. 요즘 많이 쓰는 '전신 거울' '자세 교정'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도 이렇게 쉽게 배움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38쪽 둘째 줄부터 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어떤 몸씨가 좋은지, 서로 이야기하고 서로 고쳐 주자"도 모두 토박이말로 된 월입니다. 일곱째 줄에 나오는 '쓰는가'는 '이용하는가'를 갈음해 쓴 말이고 열한째 줄과 열둘째 줄에 걸쳐 있는 '양분을 얻음으로 해서 자랄 수 있고'는 '양분을 섭취함으로서 성장할 수 있고'를 쉽게 풀어 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넷째 줄에 있는 '삭이는가?'는 요즘 책에서는 '소화시키는가?'라고 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오히려 낯설고 어렵게 느낄 수도 있지 싶습니다. 이처럼 배움책(교과서)에서 쉬운 말을 쓰면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배움을 돕는 어른들의 짐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지름길은 쉬운 말로 된 쉬운 배움책 만들기라는 것을 거듭 힘주어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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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남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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