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말보다 SNS 폭로가 강했다..文은 3년째 같은 소리만
국내 여자프로배구 선수 이재영·다영(25)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과거 학폭 피해자들의 폭로도 속출하고 있다.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체육계 부조리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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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3년 연속 체육계 향해 쓴소리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체육계의 폭행, 폭언, 성폭행, 성추행 등의 사건에 안타깝다”며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와 기관에서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루 전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체육 분야 부조리를 근절할 특단의 노력을 주문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에겐 문 대통령의 학폭 메시지 역시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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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2월 16일 청와대 국무회의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체육계의 폭행, 폭언, 성폭행, 성추행 등의 사건에 안타깝다”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
」
2년여 전인 지난 2019년 1월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사실이 폭로되자 문 대통령은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화려한 모습 속에 감춰져 왔던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체육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번에야말로 근본적인 개선과 우리 사회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 철저한 조사와 수사, 엄중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체육 분야에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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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7월 7일 청와대 국무회의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와 폭행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구시대의 유산이다”
“체육계는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낡고 후진적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
지난해 6월엔 트라이애슬론(철인3종)의 최숙현 선수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다시 체육계의 폭력 문제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선수에 대한 가혹행위와 폭행은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구시대의 유산”이라며 “체육계는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낡고 후진적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스포츠 인권 문제를 직접 챙길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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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월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연이은 체육계 폭력, 성폭력 증언은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성적 지상주의와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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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메시지에도 대책은 지지부진
그러나 문 대통령의 연이은 메시지에도 후속 대책의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문 대통령으로부터 스포츠 인권 문제에 관해 특별지시를 받은 최윤희 차관은 취임 1년 만에 하차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던 최 전 차관은 임기 내내 ‘낙하산 보은 인사’ 꼬리표에 조직 장악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겉돌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체육계 인권침해와 비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문을 연 ‘스포츠윤리센터’ 역시 출범 직후 내홍에 휩싸였다. 채용 비리 의혹, 폭언과 갑질 의혹 등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반복되는 발언보다 피해자의 SNS 폭로가 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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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체육계 이해관계부터 풀어야”
전문가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레토릭(rhetoric·수사)으로는 부조리를 혁파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폭력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전향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이를 집행할 정부의 의지도 부족하고 이를 주도할 대한체육회 역시 엘리트 스포츠인들의 동지의식으로 뭉쳐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극약 처방을 하겠다는 엄포만 놓을 뿐 부조리가 싹트는 일선 학교 운동부 등 체육계 곳곳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윤수 단국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과거 체육계에 만연했던 잘못된 관행들이 시대가 바뀌어 SNS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항상 사건이 터지면 새로운 규정을 만들고 시스템 차원의 개혁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체육계 내에 얽히고설킨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쏟아지는 대책들이 현실에 잘 반영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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