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통령' 강형욱도 못받은 출연료..진정·고소 수백건
‘개통령’만 출연료를 못 받은 게 아니었다. KBS‧MBC 등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외주제작사들이 최근 5년 간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로 근로자들로부터 수백 건에 달하는 진정‧고소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KBS‧MBC 외주업체 상대 노동관계법 위반 신고접수 현황‘에 따르면 2016년~2020년 5년 간 KBS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맡았던 외주제작사 70여 곳에 대해 총 234건의 고소 및 진정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제작사들은 임금 및 퇴직금 지불의무를 명시한 근로기준법 제36조,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등 각종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이중 검찰 기소까지 이어진 경우는 총 7건이었다. 노동청에 접수된 진정 가운데 대부분은 법률구조나 조정을 통한 ‘권리구제’로 이어지거나 노사 간 합의를 통한 ‘반의사 불벌(접수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지 않음)’로 행정 종결됐다.
한편 MBC에 프로그램을 납품한 외주제작사들을 대상으로도 2016~2020년 5년 간 165건의 고소와 진정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4건이 기소로 이어졌다.
앞서 지난 1월 KBS 예능 프로그램인 ‘개는 훌륭하다’ 제작을 맡은 외주제작사가 '개통령'으로 불리는 동물훈련사 강형욱 씨 등 출연진에게 수억원대의 출연료를 미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한편 최근에는 KBS의 간판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TV는 사랑을 싣고’ 역시 제작을 맡은 외주제작사가 소속 직원들에게 임금을 체불한 사실도 알려졌다. '개훌륭' 논란 당시 KBS 측은 “제작비를 지급했으나 제작사 측에서 출연료를 주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KBS는 해당 외주제작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현재는 새로운 외주제작사와 계약을 맺은 상태다.
그러나 업계에선 “외주제작사 근로환경이 열악한 데엔 방송사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주제작사들은 통상 방송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납품하는데, 이 과정에서 방송사의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한 수익배분 관행으로 외주사의 근로환경이 열악해졌다는 주장이다. 지상파 3사의 경우 통상 절반가량의 프로그램의 제작을 순수하게 외주제작사에게 맡기는데,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에만 총 658개 제작사가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납품했다.
앞서 이 같은 불공정 하도급 관행이 계속 적발되자 방통위가 2019년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 거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12월 한국독립PD협회와 현장간담회에서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대해)어려움을 전가해서야 되겠나”라며 “근로기준법 등에서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이 되고, 그에 앞서 공정제작비와 공급기준이 최소한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KBS가 수신료 인상만 줄곧 주장하면서 외주제작사 문제는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한 KBS 조합원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노보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후배들만 갈구며 남은 재직기간을 편하게 채우려는 몇몇 선배들을 보면 저들에게 주는 돈을 외주제작사에만 더 줘도 콘텐츠 품질은 올라가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쓰기도 했다. 김영식 의원은 “수신료 인상이 숙원이라고 하는 KBS가 직원들에게 억대 연봉을 나눠주는 대신 외주제작사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데 더 힘을 쏟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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