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항상 문화 도둑질"..중국의 적반하장, 한복·김치 그 다음은

최은희 2021. 2. 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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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갈수록 거세.. 정부 방관 말고 적극 대응을"
15일 중국의 IT 회사 샤오미(Xiaomi)가 한복·갓을 중국 것으로 표현한 이미지를 올려 논란이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쿠키뉴스] 최은희 인턴기자 =중국의 ‘한국 문화 가로채기’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중국 IT 업체 샤오미(Xiaomi)가 자사 테마스토어에 한복을 중국 문화라고 소개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샤오미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내 “샤오미 테마스토어에 잘못 라벨링된 테마 설명을 수정했다”며 “혼란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전날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샤오미가 한복·갓을 중국 문화로 소개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배경화면 스토어에는 한복을 입은 남녀를 그린 이미지가 ‘중국 문화’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삽화 속 남자는 갓과 한복을 여자는 한복 저고리를 착용했다. 한복이 중국 문화의 일부로 소개된 것이다. 해당 삽화는 한국의 추석 전통과 관련된 유료 이미지를 누군가 무단 도용해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측에서 한복을 자국 문화로 주장해 논란이 발생한 것은 이번 처음이 아니다. 앞서 중국 유명 유튜버 ‘시인(Shiyin)’은 한복이 중국 한나라 의복인 ‘한푸(Hanfu)’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영상에는 한복이 한푸의 영향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인은 조선시대 관료들의 옷과 명나라 시기 관료들이 입었던 옷을 증거로 내세웠다. 그는 일부 한국 네티즌이 정보를 왜곡한다고도 목소리 높였다. 

중국에서는 판소리도 자국 문화라고 주장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자사 백과사전 서비스에 “판소리는 지린성과 랴오닝성을 중심으로 퍼진 소리 문화”라며 “지난 2011년 국가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고 게재했다.
지난 1월 14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중국의 유명 유투버 리즈치(Li Ziqi)가 김치 담그는 동영상을 올리고 중국 음식이라고 소개해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유튜브 캡처

김치를 중국 문화에 편입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 1월 14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중국의 유명 유튜버 ‘리즈치(Li Ziqi)’가 김치 담그는 동영상을 올리고 중국 음식이라고 소개해 논란이 불거졌다. 리즈치는 영상 설명란에 ‘전통 중국요리(#ChineseCuisine)’, ‘중국음식(#ChineseFood)’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영상에 나오는 김치가 중국 전통음식인 것처럼 소개돼 자칫 외국인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지난해 11월 중국의 김치 ‘파오차이(Pao chai)’가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표준을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은 이제 김치 종주국이란 타이틀을 상실했다. 이젠 중국이 김치산업의 세계표준”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파오차이는 산초와 바이주가 들어간 소금물을 사용해 만들어 피클에 가깝다. 만드는 방식과 형태에서 김치와 다르다.

바이두도 자사 백과사전 서비스에 김치의 기원은 중국이라고 게재했다. 바이두는 “춘추시대 시집인 ‘시경’에 따르면 오이와 배추를 절여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며 “청나라 시대에는 혼수품 중 하나로 김치가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해당 설명은 이후 제기된 항의로 삭제 조치됐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는 한복 청원글을 올렸다. 반크 인스타그램 캡처

논란을 둘러싼 양국 네티즌들의 갈등이 격화됐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가 올린 트위터 한복 청원글에는 중국인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한국인들은 역사를 왜곡하지 말고, 중국의 문화를 훔치려 하지 마라” “한국인들은 항상 중국 문화를 도둑질한다. 상습범이다” “한국은 중국의 종속국이었다”라는 반응이 잇따랐다. 

국내 여론 역시 싸늘하다. 시민들은 “저렇게 우리 문화를 뺏어가려고 혈안인데 외교부는 뭐하냐” “중국은 본인들 문화에 자부심을 가져라” “동양 역사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오해할 것 같다. 심각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2000년대 초반 논란이 됐던 동북공정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동북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만들기 위한 중국인민공화국의 국가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목적은 한국사를 중국의 역사에 포함시켜 한반도가 통일되었을 때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영토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있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을 기한으로 진행되었으나, 역사 왜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이 거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부가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가 각광 받으며, 아시아권 문화 흐름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위기감을 느낀 중국이 잘못된 애국주의를 이런 식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구시보 보도 등 중국 정부가 주도해서 벌이는 일”이라며 “한국 정부에서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대표는 “비슷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한일 문제와 달리 정부가 사태를 안일하게 보는 것 같다”며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이 가져야 한다. 국가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hoeun231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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