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만명분 추가 계약에도..노인들 4월까진 백신 기다릴 수도

김민욱 2021. 2. 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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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코로나19 노바백스 백신 공급 계약 체결식'이 노바백스사와 화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계약 체결식에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SKB) 대표 등이 참석했다. 뉴스1=질병관리청


정부가 2300만명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추가 확보했다.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미만에만 접종하기로 결정하면서 꼬여버린 ‘접종 스케줄’을 풀기에는 역부족이 될 듯하다. 추가 확보한 백신이 4월에나 접종이 가능해서다. 감염에 취약하고 치명률이 높은 요양병원·요양원의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시기를 당초 계획한 이달 말로 당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노바백스 2000만명분, 화이자 300만명분 추가 계약
질병관리청은 16일 SK바이오사이언스사(社)와 노바백스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물량은 2000만명분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의 백신 기술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경북 안동 공장에서 위탁생산도 하고 있어 국내 생산-국내 공급이 가능하다. 또 질병청은 이날 300만명분의 화이자 백신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날(15일) 화이자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정부가 확보한 화이자 백신 물량은 1300만명분으로 늘었다. 전체 백신 물량은 6개 제약사 제품 7900만명분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국내 생산·공급이 가능한 노바백스 백신과 화이자 백신의 조기 도입을 통해 안정적 수급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요양병원 내 코로나19 감염 자료사진. 뉴스1


코로나 사망 요양병원·요양원 38.2%
하지만 정부의 이런 추가 확보 노력에도 한 번 늦춰진 요양병원·요양원 내 65세 이상 고령자(37만700명)의 접종 시기를 다시 원래대로 당기지는 못한다. 코로나19 치명률은 연령과 정비례한다. 80대 이상은 20.91%를 기록했다. 국내 평균 치명률(1.82%)의 11배 이상이다. 70대는 6.43%, 60대는 1.33%이다. 요양병원·요양원 내 환자는 고령인 데다 기저질환(지병) 등으로 코로나19에 취약하다. 그간 국내 코로나19 사망자의 추정 감염경로는 요양병원(24.6%)·요양원(13.6%)으로 둘을 합하면 38.2%에 이를 정도다.

이 때문에 당초 이들 노인은 이달 말부터 시작될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최우선 순위였다. 일반 콜드체인(냉장유통)이면 충분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요양병원 등을 일일이 방문해 접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백신의 고령자 접종 효과에 대한 판단이 미뤄지면서 접종계획이 어그러졌다.

노바백스(미국) 백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4월까지 백신 없이 버텨야
요양병원·요양원 내 노인들은 현재로써는 최소 4월까지 백신 없이 버텨야 할 처지다. 해외 선진국에 비하면 백신 접종 개시가 한참 늦어졌는데, 첫 접종 대상에서도 빠졌다. 이날 계약을 체결한 노바백스 백신은 2분기, 일러야 4월부터 차례로 공급된다.

또 화이자 백신의 경우 정부와 화이자 간 협상 끝에 당초 7월 이후로 예정된 공급 시기를 다음 달 말로 당겼다. 3월 안에 50만명분이 초도물량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번 조기 공급 물량은 개별 계약물량이다. 다국가 백신 공급체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서 받기로 한 화이자 물량과는 별개다. 특례수입 형태가 아니라 (품목)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접수부터 국가 출하승인까지 세부적으로 8개 절차를 거쳐야 한다. 40일가량 걸린다. 한국화이자는 지난달 25일 품목허가를 미리 신청했다. 수입 전 출하승인이 난다 해도 일러야 3월 말 접종이다.

‘5600만명분 계약’ 국내 백신 접종 일정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AZ백신 고령자 접종 어렵다면…"
화이자 백신은 영하 75도의 까다로운 초저온 유통·보관이 필요해 특수 냉동고가 비치된 지역별 거점 접종센터에서 접종한다. 요양병원의 와상 환자들이 이런 접종센터로 이동해 백신을 맞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정경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지금 요양병원, 요양시설에 있는 65세 이상의 입원 (환자)·입소자는 주로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예방접종센터까지 나와 접종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만약 아스트라제네카의 접종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면, (그때) 3월 이후에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이라든지 모더나나 얀센 백신 같은 다른 백신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만일 (국내에서) 코로나19 4차 유행 시작돼 요양병원 등에서 집단 확산하면 억울하게 사망하는 분들 생긴다”며 “노바백스·얀센 등 다른 백신 도입을 최대한 당겨 접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욱·황수연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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