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고령자·화이자 먼저"..불안 자초한 文의 백신

허진 2021. 2. 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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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코로나9 백신 생산 현장인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시찰한 뒤 최태원 SK회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국내 1호’ 접종이 임박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5일 “26일부터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등 고령층 집단 시설의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1년 넘게 전 국민의 삶을 짓눌러온 한국의 코로나 사태에도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해도 코로나와의 전쟁은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문재인 대통령)는 게 중론이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출발이 늦었던 한국도 이제 그 첫 발을 내디디게 됐다.

그런 가운데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 등 당·정·청 인사들이 백신과 관련해 내놓은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야권에선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희망사항을 말하다가 오히려 혼선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文, 지난해 10월 “백신 속도보다 안전이 중요”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5일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현장 간담회에서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안전성과 효능을 확보하는 것이며,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도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두 달여 뒤인 지난해 12월 21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전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접종하는 것이 정부의 원칙”이라며 “(미국은) 백신 접종 후 알레르기 반응, 안면마비 등 각종 부작용도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 지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백신 접종의 부작용을 부각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틀 뒤에는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이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하고, 먼저 맞은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두 달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다행스러운 부분”이라는 설명까지 내놓았다.


김태년, 지난해 12월 “안면마비 등 부작용 보도”

하지만 이러한 당정의 입장은 며칠 뒤 급반전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충분한 물량의 백신을 확보했다”며 “내년 2월이면 의료진과 고령자를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입장에서 백신 접종의 속도를 강조하는 입장으로의 전환이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월 26일부터 시작되는 백신 접종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결과적으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능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입증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도입하느냐, 화이자 백신을 먼저 도입하느냐도 세간의 관심사였다. 그런 상황에서 여권에선 화이자 백신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드는 발언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백신 첫 접종이 2월 말 또는 3월 초가 될 것이라는 건 방역 당국이 이미 밝힌 바 있다”며 “지금으로선 코백스 (퍼실리티) 물량이 가장 먼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될 경우 백신이 들어올 시기, 접종 시기 (모두)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제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로부터 화이자 백신을 가장 먼저 도입할 수 있다는 걸 암시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이틀 뒤 정세균 국무총리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코백스로부터) 2월 초에 받겠냐는 연락이 와, 받겠다고 답변하고 지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1일 뒤인 지난달 31일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어제(30일)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우리나라에 공급될 백신에 관한 공식 통보가 있었다”며 “이르면 2월 중순에 화이자 백신 약 6만명분이 국내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정세균, “화이자 백신 2월 중순 들어온다” 했지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코로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아무리 빨라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뒤인 2월말 이후에 국내 도입된다. 화이자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먼저 접종이 시작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말과 정 총리의 언급은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르게 됐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16일 “2월 초·중순 들어온다던 화이자 백신 도입은 3월 초로 늦춰졌다”며 “얀센, 모더나 백신 역시 도입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고는 “이런 상황이니 국민들의 불안, 특히 65세 어르신들의 불안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들은 좀 더 촘촘하고 납득가능한 신뢰할 수 있는 백신접종계획을 듣고 싶어한다”며 “정부는 이미 백신과 관련해 그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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