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가능성 낮아".. 바이든의 Fed, 공격적인 '돈 풀기' 이어간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 이후에도 인플레 발생하지 않아
NYT, "일각 우려에도 인플레 가능성 높지 않다고 본 것"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조9000억달러(약2100조원)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통과를 추진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공격적인 '돈 풀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에 대한 리스크는 단기적이며 인플레이션 관리보다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행정부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제로금리 정책 등 공격적인 재정적자 정책을 통해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Fed는 부채를 통해 시중에 막대한 자금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물가 상승 압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Fed는 당분간 금리 인상이나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등 긴축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0일 파월 Fed 의장은 한 온라인 세미나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없이 임금과 고용이 회복되고 있다"며 "급격하거나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을 기대하지 말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역시 지난 7일 CNN 방송에 출현해 "저임금 소득자, 소수자 및 여성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으며 장기적인 침체로 인해 회복이 어려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라고 밝히며 부채와 물가 관리 이전에 경기 회복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부양안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부가 이를 관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 규모가 과도한 수준이기에 물가 관리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사설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은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소득 감소분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이라며 "지난 수십년간 경험하지 못한 물가 상승 압박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2일 기준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21%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30년물 금리 역시 2%를 넘어서며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도달하며 채권시장에 반영된 물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졌다. 특히 이달 들어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에서 10년물 물가연동채권(TIPS) 수익률을 빼 산출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break-even inflation rate)이 2.21%로 상승하며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와 Fed가 공격적인 재정정책에 나선 배경에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얻은 교훈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추진했던 8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은 공화당과 보수 경제학자들로부터 지나치게 과도한 수준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중산층의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는 등 소극적인 부양책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Fed 역시 지난 2013년 테이퍼링을 시사하자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신흥국 주가와 통화가치가 곤두박질 치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혼돈을 빚은 '긴축발작'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는데 조심스런 입장이다.
NYT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한 이후에도 평균 물가상승률이 Fed가 규정한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를 꾸준히 유지하지 못했다"며 "현재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회복해도 과도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단기적인 물가 상승은 발생할 수 있지만 이것이 몇 년간 장기화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경기 회복 이후 의류·항공·호텔 등의 비용이 급증할 수는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시기 재택 근무 확산으로 수요가 증가한 컴퓨터 등 전자·가전제품의 가격은 다시 하락해 전반적인 물가는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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