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
[윤현 기자]
▲ 미국에서 개발한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 갈무리. |
ⓒ 애플 앱스토어 |
'클럽하우스'가 한국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구조라서 온라인을 통해 초대장을 사고파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데다가,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클럽하우스를 사용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도 중고 아이폰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개발자인 폴 데이비슨과 로한 세스가 만든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얼굴 없이 목소리만으로 부담 없이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거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코로나19로 사람 만나기가 어려워 소통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해방구를 열어줬다는 평가다.
홍콩 국가보안법,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 탄압, 대만 독립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의 토론이 벌어지자 화들짝 놀란 중국 정부가 "주권을 수호하고 외세의 간섭을 막겠다"라며 자국 내에서의 클럽하우스 접속을 전면 차단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클럽하우스의 현재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아직 구체적인 수익 모델도 정해지지 않은 '스타트업'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의 공동 창업주 블래드 테네브와 게임스톱, 비트코인 등 다양한 경제 화두를 놓고 클럽하우스에서 열띤 논쟁을 벌이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최근 머스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클럽하우스에 초대하기도 했다.
클럽하우스의 또 다른 유명 인사인 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필요 없이 따뜻한 물이 가득한 욕조에 누워 편안하게 토론을 즐길 수 있다"라며 극찬했다.
클럽하우스가 '인싸 앱'이라고? 시작은 달랐다
클럽하우스가 머스크, 저커버그 등 유명 인사들 덕분에 인기를 얻은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과 다르다. 지난 2020년 5월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휩쓴 흑인들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맞물려 주류 언론에서 소외된 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와 감정을 발산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이 클럽하우스다. 이 때문에 흑인들이 키워놓은 클럽하우스의 가치를 백인 투자가들이 가로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한 기존 사용자의 초대를 받아야 가입이 가능하고, 사용자당 2개의 초대장만 주어지기 때문에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는 '폐쇄성'이 사용자들에게 '내가 특별해진 것 같다'는 기분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폐쇄성에 대한 반발감으로 클럽하우스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런 마케팅은 '고전'에 가깝다. 앞서 구글의 지메일도 초대장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었고, 페이스북은 하버드대를 비롯해 미국의 명문대 학생들이 '끼리끼리' 소통하던 공간으로 출발했다. 클럽하우스도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려면 곧 이들처럼 누구에게나 문을 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클럽하우스가 지적받는 폐쇄성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자막, 영상, 사진 없이 오로지 음성으로만 소통이 이뤄지기에 청각장애인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기존의 SNS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사진, 영상, 음성, 자막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라며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청각을 잃었거나, 약한 사람들을 위한 편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클럽하우스는 청각적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불편하다"라며 "이 앱은 글자의 크기를 변경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지 않는 데다가, 특유의 얇은 글꼴은 크림색 배경에서 가독성에 매우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클럽하우스는 현재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전문가 레나토 산티노는 "아이폰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에서나 인기 있고, 세계적으로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 훨씬 보편적인 데다가 저렴하다"라며 "의도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클럽하우스가 아이폰을 살 여력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지구상의 다른 수십억 명을 배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 클럽하우스의 전망을 분석하는 <파이낸셜타임스> 갈무리. |
ⓒ 파이낸셜타임스 |
물론 이런 것은 클럽하우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미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들리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편의도 마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면 클럽하우스는 한때의 '유행'을 넘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조심스럽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페이스북이 클럽하우스의 단점을 보완한 음성 기반의 SNS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거대한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클럽하우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타고 급성장했다. 이는 클럽하우스의 최대의 적은 코로나19 종식이라는 말과 같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클럽하우스의 서비스는 일종의 컨퍼런스콜(전화회의)과 크게 다를 바 없다"라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던 소통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류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세상이 다시 열려서, 마침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게 될 때가 오면 클럽하우스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it may not survive)"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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