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백신, 고령층 접종 '플랜B' 되나
안전성·효과 입증된 화이자
보관·유통·접종 방법이 관건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정부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추가로 300만명분을 확보하면서 요양병원 등에 있는 65세 이상 접종을 위한 ‘플랜비(Plan B)’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 계획대로 3분기 도입 예정이던 화이자의 공급 시기가 앞당겨져 3월 말 50만명분, 2분기 300만명분이 공급되면 이달 말 접종 예정이었다가 제외된 고령층 37만7000명이 모두 접종을 할 수 있게 된다.
효능 논란·의료진 반대에 고령층 제외…"접종해야" 소수 의견도
정부는 당초 최우선 접종 대상자로 요양병원·시설 등에 있는 65세 이상을 선정하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키로 했다. 하지만 독일·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서 고령층 효능 논란이 불거지자 65세 미만부터 접종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지난 11일 열린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 여부를 놓고 위원들의 찬반 양론이 오갔다.
소속 위원 15명 중 13명이 참석해 10명이 65세 이상 백신 접종을 미루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3상 자료 중 예방 효과 부분에서 임상 대상자 8895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660명(7.4%)에 불과해 고령층 예방 효과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 고령층에 접종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2명, 나머지 1명은 의견을 따로 내지 않았다. 소수 의견을 낸 위원은 "65세 이상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면 첫 접종으로 화이자는 의료진, 아스트라제네카는 고령층에게 맞히자는 큰 틀이 깨진다"면서 "상반기 백신 공급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에게 계획대로 맞혀야 한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고령층 접종에 대한 의료진의 반대도 65세 이상을 접종 대상에서 제외한 이유로 꼽힌다. 대한의사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허가 시 "고령자 접종은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가 판단해 결정하라"고 하자 ‘책임 회피’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을 해야 해 의료진의 적극적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의료진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게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화이자 접종은 숙제…요양병원 고령층 찾아가야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측의 미국 임상시험 결과 등을 다음 달 말 확인하고 결과를 받은 뒤 4월 예방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만약 미국 임상 결과가 고령층 효과를 입증하기에 부족하거나 논란이 지속되면 2분기 도입 예정인 노바백스·얀센·모더나 등 다른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 백신의 정확한 도입 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변수로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 화이자 추가 도입이 결정되면서 고령층 접종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이미 고령층에 대한 안전성·효과성이 입증된 만큼 도입되면 논란 없이 접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보관·유통·접종 방법 등이 고민이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 내외에서 보관해야 해 백신 접종센터에서 맞아야 한다. 요양병원·시설의 고령층은 거동이 어려워 백신 접종 센터에 가서 접종하기 힘들다. 예방접종전문위원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에게 화이자 백신을 맞히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지만 가능하다"면서 "권역별 예방접종센터에서 요양병원으로 방문, 접종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65세 미만 약 27만2000명을 대상으로 오는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예방접종을 시작한다. 이어 고위험 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35만4000명),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코로나19 방역·역학조사·검사, 검역 요원 등 약 7만8000명)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방접종을 시행한다.
국제백신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도입되는 화이자 백신은 2월 말~3월 초 도입되는 즉시 중앙 및 권역예방접종센터를 통해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진 약 5만5000여명에게 접종할 예정이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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