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벽 넘은 첫 아프리카계 WTO 수장..교역질서 험로 예고

조유진 2021. 2. 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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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에 나이지리아 출신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가 선출됐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WTO는 이날 특별 이사회를 열고 164개 회원국 합의로 오콘조이웨알라를 사무총장으로 추대했다.

WTO 사무총장에 여성, 아프리카 출신이 선출된 것은 1995년 기구 창설 이후 처음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선출 소식이 나온 직후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WTO 기능 재개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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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에 나이지리아 출신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가 선출됐다. 높아지는 글로벌 무역 긴장과 미국의 다자주의 복귀로 급속하게 재편되는 세계 교역질서의 흐름 속 개발도상국 출신 새 수장의 역할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WTO는 이날 특별 이사회를 열고 164개 회원국 합의로 오콘조이웨알라를 사무총장으로 추대했다. WTO 사무총장에 여성, 아프리카 출신이 선출된 것은 1995년 기구 창설 이후 처음이다. 오콘조이웨알라는 오는 3월1일 공식 취임한다.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신임 수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WTO의 기능 정상화’가 꼽힌다. 보호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몽니로 국제 무역 분쟁의 대법원 역할을 해온 WTO 상소기구가 최소 법적 요건인 ‘상소위원 3명’을 채우지 못하면서 2년 간 그 기능을 상실해왔다. 관건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석으로 뒀던 상소위원의 빈자리를 채울지 여부다. 바이든 행정부는 선출 소식이 나온 직후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WTO 기능 재개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일 간 수출제한 등 WTO에 걸려있는 이슈들도 그의 영향권 아래 놓였다. WTO에 제소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문제가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오콘조이웨알라와 맞붙었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반대해 왔다.

일본은 오콘조이웨알라의 수장 선출에 기대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일본 국영방송 NHK는 "WTO 수장에게 요구되는 자질로 공정성과 중립성이 있다"면서 "한국은 반도체 등 원자재 수출 규제 등으로 일본과 대립하고 있는 만큼 유명희 후보가 선출됐을 경우 일본 정부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우려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틈바구니에서 그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사다. 오콘조이웨알라는 아프리카계 출신으로 친중국 성향에 대한 우려가 있어왔다. 그는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지낼 당시 중국 정부와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했다. 2018년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국 국영방송 중국국제방송(CGTN)과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선출 소식이 나온 직후 성명을 통해 "(오콘조이웨알라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주제네바 중국대표부도 "WTO는 중대한 시점에 와 있다"며 "전체 회원국의 결정은 응고지 박사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비전과 기대, 다자 무역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오콘조이웨알라는 취임 후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출 직후 자택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최우선 과제로 회원국 간 필요한 의약품과 공급품 등의 교역을 둔화시키는 수출 제한을 해제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미 CNBC는 그가 세계백신면역연합(개비)의 이사였던 이력을 언급하며 그가 최빈국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 확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AP통신은 "그는 미국이 중국과 유럽연합(EU)에 전례없는 관세를 부여하며 격동적인 무역 분쟁을 벌인 지 4년 만에 WTO 수장 자리에 올랐다"며 "미국, 중국, EU간 분쟁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회원들과의 신뢰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전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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