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선택은 소비자가 한다

조인경 2021. 2. 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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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급격히 늘어나던 시절, 정부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이유로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을 도입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정부로선 무엇보다 소비자의 편익이나 선택권을 제한하는 정책은 지속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정책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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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급격히 늘어나던 시절, 정부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이유로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을 도입했다. 일부 지역에선 의도한 효과를 봤겠지만,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록 국민의 절반 이상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하거나(30.8%) 완화해야 한다(27.5%)는 쪽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생필품 구매를 위해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8.3%에 그쳤다.

유통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업태들이 등장하는 동안에도 시장을 바라보는 정부와 국회의 시각은 대기업과 소상공인, 대형 유통업체와 입점(납품)업체, 프랜차이즈와 가맹점 등으로 나뉘는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쪽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한쪽에 과한 규제를 들이대다 반발에 부딪히는가 하면, 기존 법 적용이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상거래엔 새 기준을 만든다며 줄줄이 규제 공세를 퍼붓고 있다.

최근엔 대형마트 뿐 아니라 백화점, 복합쇼핑몰도 주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하게 하자는 법안부터, 한발 더 나아가 쿠팡 같은 e커머스 업계의 영업시간과 판매 품목을 규제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소비자의 입장은 빠져 있다. 실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새벽배송'이나 '로켓배송' 서비스는 불법이 돼 소비자들이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으로 식재료를 주문하고 아침이면 배송상자를 받아들던 소비자들이 코로나 시국에 다시 마스크를 쓰고 마트를 찾아야 하거나 아예 상품 구매를 미뤄야 할런지도 모른다.

규제가 켜켜이 쌓여가는 동안에도 무한경쟁으로 내몰린 유통기업들은 저마다 시장에서 토대되지 않기 위해, 혹은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숨가쁜 합종연횡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최강자인 신세계와 최대 온라인 플랫폼 네이버의 최고위층이 만나 협력을 이야기하고, 국내 토종 오픈마켓 11번가는 거대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기꺼이 손을 잡았다.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반문에 소비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이제 우리의 고객은 영구적으로 변했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도 기업들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과거에도 그러했듯,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고 편리한 쪽으로 계속 옮겨갈 것이라는 점이다. 필요한 게 아니라면 절대 지갑을 열지 않지만, 반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데엔 그 이상을 지불하는 게 오늘날의 소비자다. 소비자가 이같은 편익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기업윤리와 사회적가치,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등과 같은 요소도 포함된다.

정부로선 무엇보다 소비자의 편익이나 선택권을 제한하는 정책은 지속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정책적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선 소비자도 엄연한 경제 행위의 주체인데, 정부나 국회가 탁상공론이나 그럴듯한 명분만을 앞세워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 건 공감을 얻기 어렵다. 차라리 급변하는 유통산업의 흐름에 영세상인이나 골목상권이 빠르게 적응하고 백화점이나 마트에 맞서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을 확대하는 편이 맞다. 시장에서의 선택은 소비자에게 달렸다.

/조인경 소비자경제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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