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의 호화로운 저승길 담겨..백제 '금동신발' 보물 된다
삼국 특유의 장례유물..보물 지정은 처음
앞코는 뾰족하게 약간 위로 들렸고 뒤쪽은 좁아져 배 모양을 연상케 한다. 측면과 바닥을 둘러가며 용, 인면조신(人面鳥身, 사람얼굴에 새 몸통을 가진 상상의 동물), 각종 괴수와 연꽃 등을 장식했다. 바닥엔 1.7㎝ 높이의 못 18개를 붙이고 내부는 비단 재질 직물로 마감했다.
5세기 삼국시대 고분에서 출토되는 금동신발의 전형적 형태다. 생전에 최고 권력자였을 무덤 주인공의 발치에서 발견된다. 평소 신었을 리는 없고 저승길까지 호화롭게 가려는 욕망이었을 게다. 이 같은 금동신발은 고구려·백제·신라·가야 등 삼국시대 유적에서만 발견되는 우리나라 특유의 금속공예품 중 하나. 비슷한 시기 중국 유적에선 찾아보기 힘들고 6세기 일본 고분에서 출토된 것들은 우리나라에서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각각 전북 고창 봉덕리 1호분과 전남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백제 시대 금동신발 2건이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16일 백제 5세기에 제작된 이들이 “삼국시대 고분 출토 금동신발 중 가장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보기 드문 사례”라면서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삼국시대 유물 중 귀걸이, 목걸이, 팔찌 등이 아닌 금동신발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창 봉덕리 1호분 출토 금동신발은 2009년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발굴했다. 현재까지 삼국시대의 고분에서 출토된 약 19점의 금동신발 중 가장 완벽한 형태다. 어자무늬(魚子文, 물고기 알 문양) 등 삼국시대 초기 문양으로 비추어 볼 때 나주 정촌고분 출토품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것으로 판단된다. 무령왕릉의 왕과 왕비의 신발과 마찬가지로 바닥판과 좌우측판, 발목깃판으로 구성되고 바닥에 징(스파이크)를 박은 백제 금동신발의 전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백제의 중앙 권력자가 제작해 왕의 힘을 과시하고 지방 수장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지방 유력 지배층에게 내려준 ‘위세품’으로 추정된다.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은 2014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발굴했다. 용과 인면조, 연꽃 등 사후영생을 기원한 고대인들의 사후세계관이 반영된 다양한 문양이 정교하고 세밀하다. 특히 발등 부분에 부착된 용머리 장식이 돋보인다. 현존 삼국시대 금동신발 중 유일한 사례다. 최근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측의 과학 분석에 따르면 신발 주인공은 40대 여성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5세기 후반 즈음 제작돼 6세기 무령왕릉 출토 금동신발로 이어지는 과도기적 단계를 보여준다.
문화재청 황정연 학예연구사는 “장례용으로 제작된 금동신발이 고분에서 원형대로 출토된 게 극히 드문데, 이들 2건은 한쌍 그대로 잘 보존돼 고고·역사학적 가치가 크다”고 했다. 또 “고구려·신라 등 동시대 금동신발과 비교해 백제 공예문화의 독자성을 밝힐 수 있는 원천유물”이라며 보물 지정예고 사유를 밝혔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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