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시즌2" 외친 홍영표발 당권경쟁..송영길·우원식도 가세

김효성 2021. 2. 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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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홍영표, 우원식, 송영길 민주당 의원.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 3월 초 사퇴한뒤 5월 열릴 임시전당대회에 나설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연합뉴스·중앙포토

“밖에선 잘 안 보여도 실제로는 물 밑에서 부지런히 발길질하는 백조처럼 뛰더라.” 15일 더불어민주당의 한 서울 중진 의원은 최근 차기 당권 주자들의 선거운동을 이렇게 총평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대선 출마를 위한 사퇴기한(3월 9일)이 다가오면서 물밑에서 달아오르는 당권 경쟁 얘기다. 송영길·우원식·홍영표(가나다순) 의원 등 지난해 8·29전대에서 이 대표 출마로 출마를 접었던 이들이 이번엔 “우리가 주인공”이라며 앞다퉈 나서고 있다.

송 의원은 지난해 말 여의도 대산빌딩에 사무실을 열었고 홍 의원은 맞은 편인 동아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차렸다. 우 의원은 최근 동아빌딩 옆 극동VIP빌딩에 사무실을 계약했다.

특정 사안을 놓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이 존재감을 드러낸 건 법관 탄핵 문제가 논의된 지난달 27~28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였다. 신중론을 제기하던 지도부를 향해 세 주자는 공히 “안 하면 직무유기”라며 법관 탄핵을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이 광경을 본 충청권 초선 의원은 “차기 당권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었다”고 말했다.

5월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뽑히게 될 새 당 대표는 이 대표의 잔여임기(1년 6개월)까지인 2022년 8월까지 당을 이끌게 된다.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새 당 대표 체제에서 실시된다. 권리당원(50%)과 대의원(50%) 표심이 당락을 결정한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아무래도 친문 표심을 얻는 게 최우선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차기 당권주자 누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치고 나간 홍영표
세 주자 중 가장 먼저 출마 의지를 드러낸 건 홍 의원이다.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도전 의사를 처음 밝힌 홍 의원은 지난 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선 “문재인 정부 시즌2를 많은 국민이 바란다”며 친문을 향한 구애를 시작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퇴임에 “더 큰 존경과 사랑을 보내게 됐다”(지난달 27일)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했다. 홍 의원 자신도 친문 성향 모임인 ‘부엉이 모임’ 좌장이며, 문재인(2015년)·추미애(2016년) 당대표 선출 당시 조직관리를 맡기도 했다.

2018년 원내대표이던 홍영표 민주당 의원(왼쪽)이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 의원의 기습적인 출마선언에 당내에선 “기선제압과 부족한 인지도 극복을 위한 것”(수도권 중진 의원)이란 평가가 나왔다. 홍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돌며 대의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설 연휴 마지막인 14일부터 1박2일 간 광주·전남 지역을 돌며 호남 민심에 호소했다. 홍 의원을 돕는 한 의원은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 안정적인 정권재창출에 기여할 수 있단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변 넓히는 우원식
우 의원은 설 연휴 당원·대의원에게 “1988년 평민당 동지로 지난 30여년 간 저와 함께 민주당을 지키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꽃피운 우 의원을 응원한다”는 이해찬 전 대표의 메시지가 담긴 인사말을 보냈다. 지난해 말 이 전 대표를 자신의 후원회장으로 영입하며 친노·친문 포섭에 공을 들인 결과다. 우 의원은 친노 성향 배우 문성근 씨, 친문 성향 최민희 전 의원의 지원 사격도 받고 있다. 운동권 출신으로 초대 을지로위원장을 지내는 등 진보 성향 인사로 분류되지만 친문을 포섭하며 지지 계파를 넓힌 셈이다.

2019년 2월 우원식 의원(왼쪽부터)과 이해찬 대표가 산재로 사망한 고 김용균 씨의 빈소를 찾아 김씨 어머니 김미숙(오른쪽)씨 등 유가족을 만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우 의원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9~10일 목포·나주·순천 등 전남 지역 시·군 대부분을 비공개 일정으로 돌며 대의원·당원들을 만났다. 지난해 11월 말 코로나 확진자 접촉으로 2주간 자가격리하는 동안 당원 3000명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했다. 우 의원 측 인사는 “호남 방문 당시 1시간 간격으로 각 도시를 돌았다. 진정성 있게 다가간 점이 당원들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굳히기 나선 송영길
송 의원은 전당대회에 네 차례(2005년·2008년·2016년·2018년) 출마했다. 2008년엔 최다득표 최고위원, 2018년엔 당대표 선거 2위를 기록했고 2004년엔 낙선, 2016년엔 컷오프(경선 탈락)됐다. 2008년 전국적인 지지 조직 ‘동서남북 포럼’을 만드는 등 조직력에서는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사이드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와 면담을 하고 있다. 송 의원은 국회 외통위원장으로 한국 선박의 이란 나포 관련해 적극적인 사태 해결에 나섰었다. 오종택 기자

송 의원은 최근엔 고향(전남 고흥)이 있는 호남보다 부산·울산·경남(PK) 지지세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부산 연고 의원 모임 ‘부산 갈매기’ 의원 14명과 함께 지난 7일 부산 가덕도를 찾아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면서다. 송 의원은 출마선언도 4·7 재·보궐선거 이후에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설 연휴에는 전국 당원 1만5000여명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지지를 호소했다. 송 의원 측 인사는 “여러 차례 전대에 나가면서 ‘이번에는 당선시켜줘야 하지 않겠나’는 당원들 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송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들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걸 약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전대에 출마해 3위를 기록한 박주민 의원의 재도전설도 거론된다.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한 박 의원이 법관 탄핵 등 주요 이슈를 선점하며 친문 지지층을 포섭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의원이 차기 대선 도전과 당 대표 재도전을 두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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