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고통에 외로운 미국인들..극단주의 늪에 빠진다
의사당 습격 처벌 앞둔 미국인 60%, 경제적 고통
정부와 과학에 대한 신뢰 약화…극단주의 확산 낳아
교회·학교·직장 문 닫히면서 온라인에 더욱 매몰
힘들어진 사람들, 중국인·사회주의자 등 희생양 찾기
결국, 코로나 잡혀야 극단주의 사그라질 것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자체 분석 결과, 지난달 6일 미국 의회의사당을 습격해 처벌을 앞둔 사람들 중 거의 60%는 파산했거나 세금을 내지 못하는 등 경제적 문제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조치로 경제 상황이 크게 어려워진 직후에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촉발된 불안과 공포는 지도자와 정부, 기존 체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 자가격리로 고립된 많은 사람들은 현실을 부정하는 극단주의 유튜브 방송 등에 빠져들었다.
WP는 15일(현지시간) ‘신뢰의 약화, 공포의 확산: 팬데믹과 극단주의의 역사적 결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에서 코로나19 이후 극단주의가 번지는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메릴랜드대학의 심리학과 아리 크루글란스키 교수는 WP에 “팬데믹은 정부와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과학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면서 “지금 정부와 의회·과학·의학·종교에 대한 신뢰가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뢰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다른 믿을 것을 필요로 했다”고 설명했다.
크루글란스키 교수는 이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극우주의자들은 사람들이 사회적 통제와 자유의 상실에 대해 공포를 느끼는 것을 발견했고, 극단주의 이데올로기에 동의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쉽게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과학에 대한 신뢰의 상실로 생긴 틈을 극단주의가 파고들었다는 주장이다.
크루글란스키 교수는 이어 “극단주의자들은 흑백 논리를 제공한다”면서 “그들은 어떤 악마들이 국가를 파괴하는 계획을 세웠고, 극단주의자들이 위대함을 다시 가져오는 복구의 계획이 있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고 강조했다.
신뢰의 상실은 희생양을 찾는다. WP는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네오나치 그룹들이 중국인에서부터 시작해 유대인, 사회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에서 권력 체제를 공격한다고 지적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지난 대선에서 부정선거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유튜브 구독자 20만명을 확보한 애덤 크리글러는 WP에 “팬데믹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비난할 다른 사람들을 찾는다”면서 “왜냐하면 그들은 일자리를 잃었거나 외롭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WP는 제2차 세계대전, 1960년대의 사회적 혁명기간, 9·11 테러와 지금 펜데믹 기간까지 사회적 불안이 고조됐을 때 미국에서 극단주의가 창궐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미국인들이 극단주의에 빠지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자가격리와 재택근무 등에서 비롯된 외로움도 극단주의가 확산하는 이유 중 하나다.
WP는 “지난해 오랫동안 많은 교회와 학교, 직장이 문을 닫으면서 수백만명의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커뮤니티를 찾았다”면서 “이들 중 일부는 정부와 대선에 대한 근거 없는 음모론을 발견하고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WP는 코로나19 초반 몇 개월 동안 미국 경제가 마비됐을 때 온라인에서 극단주의와 백인 우월주의 자료들을 검색하는 것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사회적 연구기업 ‘문샷(Moonshot) CVE’를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또 코로나19 기간에 보수·진보 진영의 구분 없이 집회와 시위가 끊임없이 계속된 것도 외로워진 사람들의 상호 접촉 욕구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WP는 “사회적 고립의 영향에 대해 연구해 온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거리시위에 나온 사람들은 자신들의 대의에 자극받았을 뿐만 아니라 아마도 인간과의 접촉을 열망했다”고 지적했다.
지난여름 미국에서 들불처럼 번졌던 흑인 사망 항의 시위나 지난 1월 6일 의회의사당 습격 사태도 같은 범주라는 것이다. WP는 “의사당 습격 사태는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국가를 지킨다는 사람들의 사회적 모임이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은 종종 체념과 운명론을 야기한다고 WP는 설명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질병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퍼진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또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평온함을 찾는다. ‘바이러스는 사기’라는 믿음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WP는 “펜데믹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더 많은 트라우마를 겪을수록, 더 쉽게 극단주의 사상에 빠져든다”고 설명했다. WP는 그 예로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가장 큰 인명 피해를 입었던 독일 지역들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이끌었던 나치당에 대한 투표가 급격히 늘었던 사실을 거론했다.
WP는 코로나19를 극복해야 극단주의도 생명력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루글란스키 교수는 “코로나19가 코로나19가 통제 국면에 접어들 때 음모론에 대한 열광도 수그러들 것”이라면서 “사람들은 일상적인 걱정거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석균 무죄에 유가족 분노 "문재인 대통령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 도쿄 조직위원장 물색 난항… 유력 후보 성추행 전력
- 퍼질만큼 퍼져 집단면역? 시장마다 인파 바글바글 '이 나라'
- "○○어머니.." 출석 전날 선물 두고 간 '학대' 보육교사
- 의붓아들 성폭행…30년 묻힌 엘리트가문 성범죄에 佛 발칵
- 얼굴 꽁꽁 가린 ‘장애아동 학대’ 교사들…영장심사 출석
- '박원순 롤모델' 발언 파문..여성단체 "우상호 사퇴하라"
- "왔어?" 반말에..장례식장서 11차례 흉기 공격한 선배
- "08년생? 몇살?" 해놓고.. '쏘카' 성폭행범 "초등생인 줄 몰라"
- 확진자 24명 터지고 사과문 올린 구로 헬스장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