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폭행' 묵살한 경찰, 특수직무유기 혐의 피의자 됐다

지난 1일 오전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박범계 장관의 취임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듣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죄를 지은 사람을 보고도 직무유기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은 16일 이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A경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범죄 수사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특가법에 규정된 죄를 지은 사람을 인지하고도 직무를 유기한 경우에 적용된다. 형법상 직무유기보다 형량이 무거워 유죄가 인정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 징역에 처한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서초구 아파트 앞에 택시를 타고 도착했으나,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려는 택시 기사를 폭행했다. 당시 경찰은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택시 기사는 사건을 담당했던 A경사에게 폭행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줬으나, A경사는 "영상을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사건을 내사 종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했다.

진상 조사에 나선 경찰은 지금까지 서울경찰청과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 등 42명을 조사했다. 지난 15일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휴대전화 총 9대와 조사 대상자들의 사무실 PC 등을 포렌식해 분석하고 있다"며 "진상을 정확히 확인하는 데 필요한 모든 사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