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다"

조선혜 2021. 2. 1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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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 한국은행 국채 직매입 ① 찬성]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조선혜 기자]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이희훈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을 빠르게 지원해주기 위해선 한국은행의 국채 직매입도 정책적 차원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될 수 있죠.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과거 1970년대 고물가 상황일 때의 생각을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박 교수는 지난 1월 29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코로나19 피해 지원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한국은행이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을 빠르게 지원하고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책적 차원에서 쓸 수 있는 카드"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은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각 중앙은행에서 민간채권까지 사들였다"며 "기존에는 경제학자들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정책을 쓰고 있다, 경제 상황에 따라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국채를 매입할 경우 부작용으로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박 교수는 "앞으로 물가 상황을 예측하긴 어렵지만, 지금으로서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그렇게 크지 않다"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국은행의 국채 매입 외에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으로는 한시적 재난세 부과를 제안했다. 그는 "코로나19 특수로 돈을 많이 번 기업들에게 한시적으로 재난세를 부과하는 게 필요하다, 정부가 이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야 재정 지출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기축통화국 아니라서 안돼? 엉뚱한 이야기"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이희훈
- 정치권에서 코로나19 피해 극복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한국은행이 직접 매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방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손실보상금을 빠르게 지원하기 위해 정책적 차원에서 쓸 수 있는 카드다. 반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경제 상황에 따라 정책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 경직된 이데올로기적 논쟁을 하면 안된다."

-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번 사안은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는 아니다. 한국은행을 통해 정부가 재정 조달을 쉽게 하게 돼서 통화당국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는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니라서 할 수 없다는 말은 엉뚱한 얘기다."

- 왜 엉뚱한 이야기인가.

"한국은행이 국채를 바로 매입할 경우 통화량이 늘어나 물가가 올라가고, 실질이자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에 (상승) 영향을 미친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미 한국은행이 하고 있는 공개시장운영(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국채를 한은이 단순 매입하는 방식)으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비기축통화국이라 한은이 국채를 직매입하는 건 안 되고,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괜찮다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의미다.

- 공개시장운영방식이 부작용이 더 작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한은 국채 직매입을 공개시장운영보다 더 많이 우려하는 이유가 있다. 직매입의 경우 본원통화(한국은행이 화폐발행의 독점적 권한을 통해 공급한 통화)가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해 인플레이션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유럽에서는 과거 기준으로는 경제학자들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정책을 쓰고 있지 않나. 우리도 상황에 따라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한은 국채 직매입을 활용할 수 있는 카드 중에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한은이 국채를 직매입하면 국채 이자율에 큰 영향을 주고 인플레이션 우려도 크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국채 직매입이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다만 한국은행의 국채 직매입은 발권과 같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영향을 준다. 앞으로 물가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지금으로서는 인플레이션 압박이 그렇게 크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과거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컸을 당시의 아이디어를 고집하는, 경직된 사고는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경험만으로 반대하는 건 문제"

- 중앙은행인 한은이 국채를 직매입하면 정부의 부채를 떠안게 되는 셈인데, 문제는 없나.

"한국은행에 발권력이 있기 때문에, 정부 부채가 그쪽으로 이전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는 부작용이 있다." 

- 이런 점 때문에 자칫 잘못 하면 남미 국가들처럼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1970년대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을 겪은 이후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나 본원통화문제에 있어 굉장히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이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각 중앙은행에서 민간채권까지 사들였다. 경제 상황에 따라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학습한 것을 고려해 최적의 해결책을 생각해야 하는데, 과거 특정 상황의 경험 하나만으로 무조건 안 된다고 해선 안된다."  

- 여당에서는 자영업 손실보상과 한국은행 국채 매입을 통한 재원 마련을 법제화하겠다는 입장인데.  

"한국은행 국채 직매입은 절대 안 된다고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렇게 법안으로 못 박는 것도 너무 경직적이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살리려면 특별법을 만들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감염병예방법에 관련 내용을 보충하는 식으로 가는 것이 맞다. 현재 해당 법에서는 감염병 환자가 있었던 곳에 대해서만 보상해주는 내용이 있는데, 여기에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합금지 대상이 된 자영업자들을 보상해주는 안을 추가하면 된다."

"한시적 재난세 부과도 검토해 볼만"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이희훈
- 대안으로 고려할만한 다른 재원 조달 방식이 있나.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인상하는 안도 거론된다. 

"부가세 인상은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가 많이 위축돼있는데, 조세 저항이 적다는 이유로 부가세율을 높이는 것은 맞지 않다. 그보다는 한시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늘려 재난세를 받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코로나19 특수로 돈을 많이 번 기업들에게 재난세를 내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야 재정 지출이 가능하다. 최근 삼성전자가 특별배당을 지급한다는데,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그만큼 돈을 많이 벌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누구도 삼성전자에 재난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 자영업 손실보상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한은 국채매입, 증세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보나. 

"경제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SOC(사회간접자본), K-뉴딜 등에 배정된 예산을 전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국채 발행이다. 현재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조달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다음 한은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순서로 가야 한다고 본다. 증세는 장기적 부채관리 측면에서 어느 정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판단되면 경우에 따라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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