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노 원 레프트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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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전쟁영화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전투 중 한 병사가 부상당하면 동료는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들어가 부상병을 업고 나온다.
사실 NOLB의 원칙은 성경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의 구원은 물론이고 우리가 가진 소유와 학벌, 스펙과 재능이 모두 하나님이 선물로 준 것임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거나 오만한 마음을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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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전쟁영화를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전투 중 한 병사가 부상당하면 동료는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들어가 부상병을 업고 나온다. 만일 병사가 적진에 남게 되면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그를 구출한다.
소말리아 내전이 한창이던 1993년 미국 헬기 블랙호크가 소말리아 민병대의 박격포에 맞아서 추락했는데, 부서진 헬기 안에 조종사만 남았다. 이 조종사를 구하려고 탱크와 험비가 들어가고 또 다른 블랙호크가 떴다. 전투가 점차 확대돼 결국 미군 19명과 소말리아 사람 1000여명이 죽었다. 미군에는 ‘노 원 레프트 비하인드’(NOLB·No One Left Behind·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란 철칙이 있다. 살아서 데려오지 못하면 유해라도 봉환한다.
이런 원칙이 어디서 생긴 것일까. 영화를 보는 우리도 이런 장면이 나오면 “보나 마나 죽겠군” 하며 짜증을 낼 정도인데, 죽음을 무릅쓰고 동료를 구출하러 가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놀랍게도 이들은 NOLB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주저 없이 적진으로 뛰어든다. 왜일까. 이들은 알고 있다. 자기도 언젠가 어느 전투에서 적진에 홀로 남겨질 때가 있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때 반드시 전우들이 목숨을 걸고 구하러 올 것임을.
사실 NOLB의 원칙은 성경에서 유래한 것이다. 포도원 품꾼의 비유(마 20:1∼16)가 대표적 본문이다. 아침 일찍부터 온종일 일한 품꾼에게 준 일당과 오후 5시에 나와 한 시간 일한 품꾼의 일당이 동일하다는 내용이다. “나중 온 이 사람”까지, 즉 꼴찌로 뒤처진 사람에게도 하루 치 일당을 주는 것이 하나님 나라 원칙이다. 이 비유는 자본주의를 사는 우리에겐 매우 불합리하게 느껴진다. 이런 식이라면 이튿날은 모든 일꾼이 저녁때부터 일하려 할 것이고, 동네 모든 일용직 노동자도 다 이 주인에게만 몰려올 것이다. 무엇보다 공정하지 못하다.
예수님의 이 비유를 오후 5시에 부름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읽어보자. 이른 새벽부터 아침도 못 먹고 인력시장에 나와 자신을 써 줄 사람을 기다렸다. 시간마다 봉고차가 일꾼을 여러 현장으로 태워 가는데, 몇 사람이 오후 늦게까지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남아 있었다. 고맙게도 한 사장이 이들을 불러 일을 시킨 후 일당을 후하게 줬다. 이들은 봉지 쌀과 채소를 사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일당이 없었으면 아내와 자녀들은 고픈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이들이 예수님의 비유를 읽는다면 “이건 불공정해”라고 반응하는 대신, “다행이다”라고 느꼈으리라.
NOLB의 원칙은 언젠가 나도 부상당해 전장에 홀로 남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은 내가 바로 나중 온 사람이라는 자각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구원은 물론이고 우리가 가진 소유와 학벌, 스펙과 재능이 모두 하나님이 선물로 준 것임을 아는 사람은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거나 오만한 마음을 먹지 않는다. 나아가 우리 사회의 가장 뒤처진 사람도 동등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체제를 소망한다.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미국적 능력주의(meritocracy)를 비판했다. 학력과 세습으로 부자가 된 화이트칼라의 오만이 패자에게 모욕감을 안겨줬고, 패자는 극우 포퓰리스트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역습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NOLB 원칙은 성경이 가르치는 윤리적 선이면서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전략의 기초이기도 하다.
장동민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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