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무이자예금 가뭄에 유동성 '비상'..은행채 발행 폭증

이나영 2021. 2.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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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핵심예금으로 꼽히는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은행들의 실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초저금리와 주식 투자 열풍에 은행 예금에 묶어뒀던 돈이 대거 빠지면서 채권 발행을 통해 자체적으로 예대율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이어 "예대율과 유동성커버리지 비율(LCR) 등 규제 완화 종료에 선제 대응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다만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어 대출금리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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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정기 예·적금 이어 저원가성예금까지 이탈 가속화
올해에만 벌써 은행채 3조4300억원어치 발행..전년비 10배↑
4대 시중은행 저원가성예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연초부터 핵심예금으로 꼽히는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은행들의 실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정기 예·적금에 이어 저원가성 예금까지 빠져나가면서 예대율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은행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저원가성예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MMDA)) 잔액은 지난달 기준 547조745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562조4899억원) 대비 14조7441억원(2.6%) 감소한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의 저원가성예금이 크게 줄었다. 작년 말 158조822억원이었던 우리은행의 저원가성예금 잔액은 올 1월 말 148조5701억원으로 6.0%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24조2251억원에서 121조8837억원으로 1.9% 하락했고 국민은행도 176조9097억원에서 173조6934억원으로 1.8% 감소했다. 하나은행 역시 이 기간 104조1729억원에서 103조5986억원으로 0.5% 줄었다.


은행의 핵심예금으로 불리는 저원가성예금은 요구불예금과 MMDA 등을 포함하며, 연 0.1%의 낮은 이자를 준다.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잔액이 많을수록 이자수익을 올리기 쉽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대율 관리가 시급해진 은행들은 최근 들어 은행채를 마구 찍어내며 실탄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초저금리와 주식 투자 열풍에 은행 예금에 묶어뒀던 돈이 대거 빠지면서 채권 발행을 통해 자체적으로 예대율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올 들어 4대 은행이 발행한 은행채 규모는 3조4300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3600억원) 대비 약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신한은행이 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는 우리은행(8500억원), 하나은행(7800억원), KB국민은행(3000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평균 예대율은 99.8%로 규제 마지노선인 100%에 다다른 상태다. 일부 은행들은 이미 규제 상한선을 넘어섰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예대율은 2019년 말 94.1%에서 작년 말 101.7%로 7.6%포인트 증가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94.4%에서 100.2%로 5.8%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94.1%에서 99.1%로, 95.4%에서 98.0%로 5.9%포인트, 2.6%포인트 높아졌다.


조달 비용이 낮아진 점도 은행채 발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작년 1~2월 중 발행된 은행채 평균 금리는 1.78%인 데 반해 올해 은행채 평균 금리는 0.97%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수신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대출 증가세는 지속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채 발행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특판 등을 통해 예·적금 금리를 올려 수신 규모를 확대할 수 있지만 은행채 금리가 저렴해 부담이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대율과 유동성커버리지 비율(LCR) 등 규제 완화 종료에 선제 대응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다만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어 대출금리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일리안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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