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인데 뭣하러 방 구해요'.. 대학가 원룸촌 공실 비명

최지웅 2021. 2. 1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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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대 문과대학에 다니고 있는 장모(20)씨는 지난해 초 부산에서 올라와 8월말까지 자취방에서 지냈다.

건국대 인근인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중개업을 하는 B씨는 "화양동의 원룸 수요는 대학생이 전체의 40%를 차지하는데 최근 건국대에 다니는 해외 유학생들 수요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90% 가까이 줄어드는 바람에 임대업계 타격이 큰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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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대 문과대학에 다니고 있는 장모(20)씨는 지난해 초 부산에서 올라와 8월말까지 자취방에서 지냈다. 그러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가 지속되자 월세를 아끼기 위해 서울에 있는 가까운 친척집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새학기를 앞둔 지금도 당분간 자취방을 알아볼 생각은 없다. 대학 측이 적어도 학기 초에는 완전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15일 “지난해 자취방에서 짐을 빼면서 가장 아까웠던 것이 월세 비용으로 들어간 300여만원이었다”며 “학교 강의실을 100여m 앞에 두고 집에서 노트북으로 강의를 듣는 날이 늘어날 때마다 월세를 대주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거비용만 아꼈어도 새학기 등록금에 보탤 수 있었을 것”이라며 “친척집에서 지내는 것이 다소 불편하지만 일단 코로나 확산세를 지켜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서울 주요 대학들이 비대면 수업 위주의 학사 운영 방침을 밝히면서 대학가 원룸 임대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학교 근처에서 비싼 월세를 내며 지낼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진 상태다. 임대업자들은 월세와 보증금을 최대한 낮춰주겠다는 입장이지만 매년 이맘때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로 붐비던 대학가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건국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서울에서 자취를 해왔던 A씨(21)도 올해는 원룸 계약을 하지 않았다. A씨는 신입생이 되자마자 활기찬 대학생활을 꿈꾸며 자취를 시작했지만 동기 얼굴을 마주보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학과 동기 160여명 가운데 100명은 아직 얼굴조차 모른다. A씨는 “이미 지난해부터 몇몇 지방에 사는 동기들은 학기 중 서울에 올라온 적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원룸 임대업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월세와 보증금 가격을 내려보지만 학생들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려대 인근에서 10년째 원룸 임대업을 하고 있는 60대 임모씨는 “정시 학생들이 몰리는 1월부터 설날까지 학부모들의 전화가 쇄도해야 정상인데 물건 내놓은 부동산에서도 거의 연락이 없다”며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재학생들의 원룸 계약 연장 건수가 줄어들어 최근에는 월세 가격을 5만원 내렸지만 건물 절반이 공실”이라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의 수요로 간간히 버티고 있는 건국대 근처에서는 학생들을 끌어오기 위해 보증금을 50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내린 원룸도 나왔다. 건국대 인근인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중개업을 하는 B씨는 “화양동의 원룸 수요는 대학생이 전체의 40%를 차지하는데 최근 건국대에 다니는 해외 유학생들 수요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90% 가까이 줄어드는 바람에 임대업계 타격이 큰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지역에서 직장인이 주로 선호하는 신축 오피스텔 공실률은 10%가 채 되지 않지만 대학생들이 주로 사는 구축 원룸 공실률은 30%를 넘어가는 등 빈부격차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 지 모르는 불확실성 탓에 그나마 있는 수요도 계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을 구하는 대학생은 6개월 단위의 단기계약을 원하지만 집주인들은 최소 2년 단위의 계약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건대입구역 근처에서 중개업을 하는 50대 박모씨는 “집주인은 할인된 조건으로 장기계약을 해서 대학생들을 묶어두려 하지만 대학생들도 이미 코로나19를 1년 겪어봐서 그런지 계약에 조심스러운 편”이라고 전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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