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신 확보 지각 韓, 접종 시작도 OECD 37개국 꼴찌
남은 5개국 중 예정 시점도 가장 늦어
"백신 물량 달려 격차 극복에 한계"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가장 늦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 백신 확보에서 뒤처지면서 접종 시점 역시 뒤로 밀린 것이다.
아워 월드 인 데이터 등 국제 통계 사이트와 외신을 종합하면 OECD 37개국 중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간 나라는 32개국에 달한다. 아직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뉴질랜드· 호주·일본·콜롬비아 등 5개국이다.
남은 5개국은 이달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시점을 비교하면 한국이 가장 늦다. 15일 질병관리청은 오는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국내 첫 접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백신은 고령층에 대한 효능을 놓고 논란이 있어 우선 65세 미만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가 접종하게 된다.
이에 앞서 일본은 17일, 뉴질랜드와 콜롬비아는 20일, 호주는 2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4개국 모두 화이자 백신으로 첫 접종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조기에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접종 시점을 늦춘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인구수 대비 백신 확보량은 OECD 37개국 중 34위로 최하위권이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선구매에 뒤처진 후과(後果)로 접종 시기나 확보한 백신의 질적·양적 측면에서 모두 뒤처지게 됐다"면서 "접종 시작이 늦어졌고, 조기에 효능이 높은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접종 시작을 65세 미만부터 하게 되면서 초기 접종자도 줄게 됐다"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 시점이 늦은 5개국 중 뉴질랜드와 호주는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20일(현지시간) 접종을 시작하는 뉴질랜드에는 15일 화이자 백신이 1차로 6만회 분이 들어왔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모든 국민이 맞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백신 물량을 주문해 놓고 있다"면서 "앞으로 계속해서 백신들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쓰는 와중에 감염자가 현저히 적어 '코로나 청정국'이란 타이틀을 얻었다.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최근 3일간 하루 확진자가 2명씩 발생했다. 인구 약 482만명인 뉴질랜드는 누적 확진자 2336명, 누적 사망자 25명을 기록하고 있다.
15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호주에도 화이자 백신 14만2000여회 분이 도착했다. 호주는 오는 22일 가장 먼저 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접종에 착수한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앞장서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호주도 최근 들어 하루 1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할 정도로 코로나19 상황은 안정적이다.
일본 당국은 지난 14일 화이자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부터 핵심 의료 종사자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콜롬비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2월 20일부터 시작한다.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이 최우선 접종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오는 26일부터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가운데 65세 미만인 약 27만명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세계 백신공동구매 협의체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들어올 화이자 백신은 이르면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쯤 도입돼 의료인에게 접종할 것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77개국(OECD 32개국 포함)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이들 국가에선 백신 총 1억 7300만회 분 이상이 투여됐고, 하루 평균 접종 횟수는 약 600만회다.
문제는 백신 공급 지연에 접종 속도도 당초 각국의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우주 교수는 "조기에 백신을 확보한 나라들도 물량이 달리는 상황이라 먼저 시작한 나라들과 접종 격차를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면서 "정부가 발표한 계획대로 접종을 추진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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