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차이로 300만원 싸졌다.."5999만원" 테슬라의 수싸움
1조 원이 넘는 전기차 보조금을 둘러싸고 정부와 자동차 업계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테슬라가 정부의 새로운 보조금 지급 기준에 맞춰 가격을 낮춘 데 대해 환경부 측은 “원했던 반응”이라는 분위기다. 정부는 앞으로도 보조금 기준을 더 낮춰 전기차 대중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12일 모델3 롱레인지의 소비자가를 5999만원으로 책정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기존 6479만원에서 480만원이나 가격을 내렸다. 테슬라의 대표 차종인 모델3 롱레인지는 2019년 출시된 이후 꾸준히 가격이 올랐지만,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는 올해 한국에 출시하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의 가격도 5999만 원(스탠다드 레인지)부터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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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보다 만원 낮춘 건 아쉽지만…원했던 반응”
테슬라의 전격적인 가격 인하에 대해 환경부는 “원했던 반응”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올해초 보조금 지침을 정하면서 제조사들로부터 차량 가격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지만, 테슬라는 "미국 본사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가격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6000만 원이라는 기준을 내놓자 기다렸다는 듯이 베스트셀링 전기차(모델3 롱레인지)와 전략 차종(모델Y 스탠다드 레인지)의 가격을 기준가보다 1만 원 낮게 책정했다.
이에 대해 손삼기 환경부 대기미래전략과장은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 건 전기차 가격 인하를 촉진하면서 대중적인 모델을 집중적으로 만들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슬라가)고가 차량의 기준에서 1만원 낮춘 5999만 원으로 가격을 책정한 점은 다소 아쉽지만, 가격을 낮춘 건 보조금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부터 60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차값이 6000만~9000만원 미만인 전기차는 보조금의 절반만 주고, 9000만원 이상의 차량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 모델3 롱레인지의 국고보조금 지원액을 341만 원으로 책정했다. 지자체 보조금 역시 국비 보조금에 비례해서 차등지급하기 때문에 서울 기준으로 총 513만원을 지원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정부의 보조금 기준보다 1만 원 싸게 차를 팔기로 하면서 보조금 액수도 2배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차종을 지난해보다 300만 원 이상 싸게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일각에선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의 보조금이 정부의 추산보다 2배로 불어나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보급대 수를 채울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모델3 롱레인지는 지난해에만 국내에서 1만대 넘게 팔리면서 국내 전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당초 정부는 1조 230억 원의 보조금 예산을 투입해 올해에만 전기차 12만 1000대를 보급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에 대해 손 과장은 “대당 보조금 평균 단가를 700만 원으로 계산해 보급대 수를 정했다”며 “(테슬라 가격 인하로) 추가 물량 보급은 어렵겠지만, 목표로 했던 보급대 수를 지원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번에 전기차 가격을 낮춘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차량 가격을 인하한 근거 자료를 요구할 계획이다. 혹시라도 제조사들이 보조금 기준을 맞추고자 편법을 통해 가격을 낮췄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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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전기차 기준 가격 더 내린다”
정부는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신형 전기차 출시를 앞둔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다른 제조사들에도 가격을 내리라는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현재 6000만 원인 고급 전기차 기준을 앞으로 더 낮추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전기차의 가격 인하로 대중화를 촉진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차량 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는 정부와 보조금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제조사 간에 눈치 싸움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보조금 정책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발가벗고 싸울 수 있는 무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6000만 원과 9000만 원인 보조금 지급 기준을 점차 낮춰서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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