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수술 전 쓰는 코로나 신속검사, 공연·페스티벌 관객에 쓴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속 PCR 검사’를 확대 시행해 관광을 일부 허용하고 공연·페스티벌 등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황 장관은 지난 14일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으로 서울 대학로에 있는 예술가의 집과 드림시어터 소극장을 찾아 공연계 인사와 간담회를 열며 “문화, 체육, 관광시설 방역지침에 문체부 입장을 반영해 코로나19 회복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공연장에서는 감염 사례가 안 나왔다”며 “체육관이나 공연장 등을 꼼꼼하게 점검해서 도대체 여기를 막는 이유가 뭔지 근거를 마련해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응급환자에게만 사용하는 신속 유전자 증폭(PCR) 검진을 확대 적용해 대규모 공연을 개최하겠다는 주장도 펼쳤다. 황 장관은 지난 9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신속 PCR 검사 활성화로 해외 관광을 일부 허용하고 국내 공연장을 개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속 PCR 검사는 3~6시간 걸리는 기존 PCR 검사보다 검사 시간이 적게 걸리는 검사법이다. 검체를 채취해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신속 PCR 검사의 민감도(양성 환자 중 검사법으로 진단한 양성 정확도)는 95% 이상, 특이도(정상인 중 검사법으로 진단한 정상 정확도)는 97% 이상으로 기존 PCR 검사보다 2~3% 정도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정확도가 90% 수준인 신속항원 검사보다는 높다.
이런 장점 때문에 신속 PCR 검사는 영미권에서 진단에 활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응급 수술을 앞둔 환자나 의심증상이 없는 응급실 내원 환자 등 급하게 검사해야 하는 경우만 이 검사법을 쓰다가 지난해 12월 13일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책임을 지고 허용하는 예산 아래 시범 사용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9개 제품이 긴급 사용승인을 받아 사용하고 있고 이 가운데 1개는 정식허가도 받았다. 당장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나 심장마비 등 중증응급환자 등에 검사를 실시했을 때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그 외에 경우에는 환자 본인이 검사비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경기도 여주시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신속 PCR 검사를 시험 운영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달 31일까지 전체 여주 시민(11만1897명)의 30%에 해당하는 3만3694명을 검사할 수 있었다. 신속 PCR 검사를 통해 최종 양성 판정을 받은 시민은 17명이었고 모두 무증상 감염이었다. 여주시는 대중교통 종사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서 감염자 1명을 찾아내 추가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검사비는 1인당 3만원가량 들었다고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신속 PCR 검사를 선제적으로 정기 실시하면 무증상자를 조기발견 해 외부자의 내부 전파로 인한 집단감염 차단하고 경증 상태에서 치료할 수 있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신속 PCR 검사 확대로 공연과 페스티벌, 관광을 다시 활성화한다는 황 장관의 구상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기존 PCR 검사는 기계 하나당 한 번에 90여 개를 검사할 수 있지만 응급 수술용 신속 PCR 검사의 경우 10개 미만이 가능하다. 단순히 검사 시간이 단축되는 면만 고려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주시 관계자는 "여주시에서 시행한 긴급승인 신속 PCR 검사는 진단 장비 1대 당 1시간에 94개의 검체를 진단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용도 문제다. 공연 관람객에게 실시하는 검사에 건보를 적용할 수는 없다. 결국 관람객이 자체 부담해야 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 비용이 공연 관람비보다 많이 들 수 있고 검사 결과를 알기 위해서는 1시간까지 대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연과 페스티벌을 보러 올 관람객이 얼마나 될지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며 “신속 PCR 검사를 확대해 기존 PCR 검사를 대체하려면 검사의 정확도, 비용, 시간 등을 따져 정확한 방역 계획을 세운 뒤 발표해야지 던져보기 식으로 주장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속 PCR 검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존 PCR 검사 기계 외에 새로운 기기를 도입해야 하는 데 투입하는 비용 대비 효과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연이나 페스티벌 관람객 전원을 매번 검사하는 것보다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통해 코로나19 전체 환자를 줄여 문화 행사를 다시 하는 편이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속 PCR 검사는 신속항원검사보다 정확도가 높다”며“전 국민 대상 검사나 공연·문화계에 확대 시행하기보다요양병원, 동부구치소 등 집단 감염 일어난 곳에 선제적 대응 위해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수정 2021년 2월 21일: 여주시 측의 요청으로 〈다만, 여주시 관계자는 "여주시에서 시행한 긴급승인 신속 PCR 검사는 진단 장비 1대 당 1시간에 94개의 검체를 진단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는 부분을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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