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못갔다"..국외연수비 슬그머니 늘린 지방의회 어디?
━
충북, 코로나 확산에도 31명 전원 편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고통이 가중되는 와중에 전국 곳곳의 지방의회가 해외연수 예산을 되레 늘린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사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올해 예산을 무리하게 편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억2100만원이던 해외 연수와 자매·방문 여비 등 국외 연수비를 올해 1억2650만원으로 인상했다. 코로나19가 1년 이상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해외연수 관련 예산을 되레 4.5% 높였다. 올해 의장을 제외한 의원 31명 전원에 대한 국외 여비를 책정함으로써 도의원 한 명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충북도의회는 지난해 건설소방위원회와 교육위원회 등 도의원 18명이 국외 연수를 가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전면 중단됐다.
박문희 충북도의회 의장은 “지난해 연수를 다녀오지 못한 의원을 포함해 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라며 “일단 예산이라도 편성해놔야 추후 국외 연수를 갈 때 경비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17% 올린 김해시의회…부랴부랴 반납
경남 김해시의회와 창녕군의회도 국외 연수비를 대폭 인상했다. 김해시의회는 지난해 12월 본회의에서 2021년 국외 연수비를 1억465만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8900만원과 비교하면 17.6%(1565만원) 인상돼 총 23명인 의원 1명당 455만원을 지원하도록 했다. 경남 창녕군의회도 지난해 3850만원이던 군의원 11명의 국외여비를 올해 4400만원으로 올렸다. 1년새 해외연수비가 14% 높아지면서 의원 1인당 여비도 기존 3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해외 연수비를 높였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김해시의회는 지난 9일 돌연 입장을 바꿨다. “해외 연수비로 책정한 예산 전액을 반납하고 코로나 극복을 위해 쓰겠다”고 했다. 김해시의회 관계자는 “예산편성 때부터 코로나 여파로 국외 연수를 하지 못하면 관련 예산을 삭감하거나, 반납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창녕군의회 관계자는 “타 지방의회보다 국외 연수비가 낮게 책정된 측면이 있어 증액 편성했다”며 “사실상 출국이 어려워 다음번 추가 경정 예산을 통해 변경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
코로나에도 슬그머니 연수비는 ‘땅땅땅’
경북 의성군의회는 지난해 5792만원이던 의원 국외여비를 올해 8340만원으로 44% 인상했다. 의성군의회 관계자는 “만약 국외 연수를 가게 되면 동남아보다는 유럽이나 미주 등 선진국들의 방역상황이 더욱 나을 것으로 보고 책정한 예산”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국외 연수예산을 다른 명목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 의회는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을 예상해 국외여비 예산을 편성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할 시점인 지난해 11월~12월에 관련 예산을 책정·심의했다는 점에서 주민 고통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도의회(예결위)가 올해 국외여비 4.5% 인상안을 원안 통과시킨 지난해 12월 14일은 충북 제천에서만 김장모임 발(發) 확진자가 181명까지 늘어난 시점이었다.
반면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19가 우선”이라며 국외여비를 전액 삭감한 의회도 있다. 광주광역시의회는 올해 연수비 1억9500만원 중 1억5800만원을 삭감했다. 대전시의회는 7500만원이던 연수비를 50%인 3750만원으로 낮췄다. 전남도의회는 1억7000만원, 광주 북구의회는 2억4400만원, 영동군의회는 2720만원의 연수비를 삭감해 코로나19 극복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
“코로나 극복 우선” 제천·해운대구 등 편성 안해
제천시의회는 지난해 국외 여비 4470만원을 전액 반납한 데 이어 올해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부산 해운대구·기장군·강서구 의회 등은 올해 관련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 전북도의회(1억2480만원) 등은 국외 연수비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편성했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해외 연수 예산을 높인 것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반응이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치료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올해까지 코로나 국면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마당에 지방의회들이 주민 정서와 동떨어진 행동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국외 연수가 취소된 데다 내년에 지방선거로 인해 일정이 마땅치 않아 올해 해외 연수비를 대폭 높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행정학과)는 “저출산·고령화·환경·복지 관련 정책 발굴을 위한 국외 연수 등과는 달리 상당수 지방의회가 여전히 외유성 연수를 가는 경우가 많다”며 “국외 연수를 지방의원의 특권이나 보너스 개념으로 여기는 인식도 바뀌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청주·창녕·의성·전주=최종권·이은지·김정석·김준희 기자 choig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B·朴 블랙리스트서 화이트로…정권 바뀌자 한자리씩 꿰찼다
- 10개월전 앙상했던 그 사자···대구 동물원 찾아 생닭 건넸더니
- [단독]백신 확보 늦었던 韓, 접종 시작도 OECD 37국 중 꼴찌
- 초딩인척 초딩방 슬쩍 낀 성폭행범…폰엔 오픈채팅 200개
- 17년치 데이터로 4년뒤 집값 안다···“부동산 장기하락 할수도”
- 한수원 부사장, 2년전 원안위에 "정부지시로 월성 폐쇄했다"
- [단독]비정규직 95만명 폭증, 朴때 2배…정부는 "응답자 오류"
- 1만원 차이로 300만원 싸졌다…"5999만원" 테슬라의 수싸움
- 초대받지 못해서 더 인기…연휴에 100만명 모은 '클럽하우스'
- "허리 남자 40, 여자 34" 英직원들의 황당한 재택근무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