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시키려고" 차량 위 고양이 올려 운전..'반려동물 학대' 논란
개정 동물보호법, 학대 처벌 수위 강화되지만..법 적용은 맹점
전문가 "가해자 제대로 처벌해야"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고양이를 차량 보닛 위에 올려놓고 도로를 달린 영상이 온라인상에 공개된 후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아끼는 반려묘를 운동시킨 것일 뿐이라고 보호자가 말한 것으로 드러나 또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목줄을 맨 강아지를 공중에 빙빙 돌리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반려동물에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주인들의 행동이 잇따라 알려지며 공분을 일으킨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반려동물에게 학대 행위를 한 주인에 대해 처벌을 폭넓게 적용하는 등 동물학대를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학대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을 세세하게 만드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30분께 해운대구 우동 마린시티 한 도로에서 벤츠 차량 보닛 위에 목줄을 한 고양이를 올려두고 운행하는 운전자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상황을 목격한 일부 시민들은 차량 위에 위태롭게 올라 있던 고양이를 보고 영상을 찍어 경찰에 신고했다. 영상 속에는 멈춰있던 검은색 벤츠 차량이 출발하자 보닛 위에 올라가 있던 고양이가 비틀거리는 모습이 담겨있다.
차량이 계속 움직이자 고양이는 미끄러져 보닛을 잡고 떨어질 듯 매달려 있기도 했다. 차량은 빠를 속도로 주행하지는 않았으나,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해당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졌고 동물학대 논란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차량 주인 A씨는 고양이는 자신이 키우는 반려묘이며, 고양이를 운동시키기 위해 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경찰과 통화에서 "사진 속 고양이는 현재 집에서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이다. 평소에도 운동을 대신해 차량 보닛 위에 올려놓고 저속 운행을 하곤 했다"라며 "동물학대는 오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씨는 다른 지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경찰은 조만간 A씨를 동물학대 혐의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물학대가 아니라는 A씨 주장에 시민들은 공분하고 있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밝힌 직장인 김 모(29) 씨는 해당 영상을 보고 "어떤 주인이 운동시키려고 차량 보닛 위에 자기 고양이를 올려놓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정말 자신의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차 위에 올려놓고 달리는 짓을 누가 하겠나"라며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반려 동물을 키울 자격이 없다. 동물 입장에선 목숨을 위협당하는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이처럼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에게 가혹 행위를 하는 주인들의 행동이 잇따라 알려지며 동물학대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북 포항에서는 산책하던 두 사람이 목줄을 하고 있던 자신의 반려견을 공중에 빙빙 돌리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목줄을 잡고 있던 사람은 길을 걸어가다가 갑자기 강아지를 쥐불놀이하듯 공중으로 세 차례 원을 그리는 행위를 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은 이를 막거나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견주는 경찰 조사에서 "강아지가 귀여워 아무 생각 없이 재미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에 따르면, 견주는 5일간 강아지와 격리 보호 조치된 이후 지난달 13일 강아지를 다시 데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동몰보호법은 학대당한 강아지를 보호소에 격리 하더라도 주인이 강아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반환해야 한다. 사유재산에 속하는 동물은 강제로 소유권을 뺏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학대받은 동물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물을 학대한 이력이 있는 가해자에 대해 소유권을 박탈하는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동물 학대 시 처벌, 반려동물 등의 안전관리와 복지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 '동물보호법' 및 같은 법 시행령·시행규칙이 지난 12일부터 시행됐다.
개정법은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기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 또 동물을 유기한 소유자에 대한 벌칙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서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동물 학대 가해자를 실제로 처벌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맹점으로 남아있다. 실제 동물보호법을 위반했더라도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2019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4명 중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39명에 불과했다. 이 중 집행유예는 29명이었고, 실형 선고는 10명에 그쳤다.
전문가는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도 중요하지만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을 세세하게 만드는 등 개선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고양이를 차 보닛에 올려놓고 주행하는 행위는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주인은 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동물을 신체적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뿐 아니라 위험한 환경에 빠뜨리는 것, 정신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것 또한 학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개정 동물보호법이 시행됐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 사례를 보면 여전히 처벌을 빠져나가는 사례가 많다"라며 "처벌 수위가 상향 조정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나 앞으로 동물 학대에 대해 더욱 촘촘하고 세세한 법 조항을 마련하고 가해자에 대한 엄밀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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