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55조 쿠팡이 온다..유통업계 지각변동 불러올까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쿠팡의 기업가치가 최대 500억 달러(약 55조4000억원)를 넘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코스피에 상장한다면 국내 상장 기업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는 규모다. 이는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쇼핑의 무려 15배가 넘는 수치다.
쿠팡은 당초 예상과 달리 나스닥이 아닌 뉴욕 증권거래소를 택했다. 뉴욕 증권거래소는 세계 최대 규모 증권거래소로 꼽히자만 그만큼 상장 문턱이 나스닥보다 까다롭다. 거래소가 상장폐지권한도 갖고 있다. 적자가 큰 쿠팡에 있어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쿠팡이 뉴욕 증권거래소를 택한 것은 최근 재무지표가 개선된데 따른 자신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쿠팡이 이번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약 5842억원으로, 2019년 약 7127억원 대비 적자 폭이 약 18%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무려 13조2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상장을 통해 적자 기업 꼬리표를 떼는 동시에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이에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리스크도 어느정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쿠팡은 그동안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3조원를 투자받아 '로켓배송'에 필요한 물류 인프라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해왔다.
쿠팡이 상장에 성공하면 지금까지 벌여왔던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로켓배송' 지역 확대를 위한 물류센터와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 확충이 주요 자금 사용처로 예상된다.
쿠팡도 상장 신청 서류에서 "현재 우리의 자금 지출 중 상당 부분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로, 성장을 위한 야심 찬 계획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큰 규모의 자본 지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풀필먼트와 물류센터를 건설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한편 배송 시간을 줄이고 비용 구조를 최적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상장이 코앞인 쿠팡에 국내 유통업계의 생존 경쟁도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CJ그룹과 손을 잡았다. 양사는 주문‧배송‧알림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수요 예측, 물류 자동화, 자율주행, 로봇 등 스마트 물류 구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기술 등 분야에서도 협력을 약속했다.
11번가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을 잡고 글로벌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의 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도 최근 매각이 추진되는 등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만나 양사의 연대 방안을 모색했다. 업계에선 오픈마켓 전환을 추진 중인 신세계 통합쇼핑몰 ‘쓱닷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 제휴 등을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쿠팡 상장 등 여러 이유로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 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그동안의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뒤 바뀌고 있다”면서 “여기에 쿠팡의 투자가 기름까지 붓고 있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쿠팡이 다시금 자금을 확보해 공격적 확장에 나선다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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