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계엄령' 완화 첫날 밤, 신천역 먹자거리 가보니..

곽경근 2021. 2. 16.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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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첫날, 먹자거리 밤 풍경
‘수도권 2단계-비수도권 1.5단계로 완화’지난 해 11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이후 3개월동안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었다. 정부는 고강도 거리두기 조치 장기화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졌고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 하지만 수도권 등에서 집단감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도 계속 추가되고 있는 점은 불안 요소다.

- 거리두기 완화 첫날 엇갈리는 기대감
- 수도권 식당·카페·주점 밤 10시까지 불 밝혀
- 식당·카페 영업시간 연장 됐지만 매출 상승은 아직
- 택시·대리기사 모처럼 ‘숨통’
- 수도권 확진 규모 여전, 지침 완화 성급 우려도
[쿠키뉴스]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호프집의 벽시계가 밤 9시50분을 가리키자 1,2층 스피커에서 동시에 음악이 흘러나오며 영업 마감시간을 알린다.
송파구 신천역 먹자거리의 한 주점에서 밤 10시가 다가오자 종업원이 테이블을 돌며 영업종료를 알렸다. 손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방역수칙에 따라 테이블간 거리를 두고 앉은 술잔을 기울이던 시민들은 동료와의 헤어짐이 아쉬운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주섬주섬 각자 짐을 챙긴다.
밤10시가 되자 식당, 카페, 주점, 노래방 등에서 시민들이 동시에 몰려나오더니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이내 뿔뿔이 헤어진다. 그 시간 거리에는 한명의 손님이라도 더 태우려는 택시들과 주객의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가는 대리기사의 모습도 간간히 눈에 들어온다.
영업이 종료된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식당 내부 청소를 하고 있다. 먹자거리에 만난 한 식당 주인은 “기존 직원은 근무시간을 더 늘리지는 않았다. 시간이 연장돼도 손님이 크게 늘 것 같지 않아 밤 9시에서 10시에는 혼자 가게를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10시가 넘어서자 운영제한이 없는 PC방과 오락실, 포장·배달을 전문으로하는 일부 영업점과 배달오토바이들만 거리를 쌩쌩 거리며 오갈 뿐 서둘러 청소를 마친 업소들의 네온과 실내등이 하나둘씩 꺼지면서 먹자거리는 다시 어둠 속으로 침잠했다.
15일부터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5단계로 한 단계 낮아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면서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인 송파구 신천역먹자골목 밤 풍경이다.
대부분 업종의 영업시간이 종료된 밤 10시, 각 업소에서 나온 시민들이 서둘러 집으로 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함에 따라 15일부터 수도권에서는 영화관, PC방, 오락실, 놀이공원, 학원, 독서실, 대형마트, 이미용업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이 완전히 풀리며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되는 수도권 시설은 약 48만개다.
다만 지난해 10월 이후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한 목욕장업은 운영을 허용하되 사우나·찜질 시설에 대한 운영을 금지하는 현행 방침이 그대로 유지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주간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 조정되고 영업시간 제한 등 주요 방역조치도 완화된다. 이번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도 문을 닫게 하는 방역에서 스스로 실천하는 방역으로의 전환”이라고 밝혔다.

식당과 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은 오후 9시에서 10시로 1시간 연장되고, 그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가능하다. 또 방문판매홍보관,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공연장, 실내체육시설, 학원교습소, 파티룸의 영업시간도 오후 10시까지로 늘어난다. 유흥주점과 감성주점, 헌팅포차, 단란주점, 콜라텍 등 전국적으로 영업이 금지된 5종 시설들도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밤 10시까지 영업이 가능하다. 결혼식과 장례식장 참석인원은 50명에서 100명으로 늘었다. 정규 예배나 법회, 미사 등 위험도가 낮은 종교활동을 할 때 수용 가능한 인원도 전체 좌석 수의 20% 이내로(2.5단계는 10% 이내) 늘어난다.
거리에는 1차를 마친 시민들이 2차 장소를 물색하는 모습도 보인다. 거리두기 강화로 사라졌던 2차 문화가 밤 10시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다시 생기는 듯 보였다.

이날 먹자거리를 찾은 직장인 이영수(48)씨는 “퇴근이 늦으면 시간이 어정쩡해 지인들과 맘 편하게 술 한잔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한 시간이지만 업소 운영시간이 늘어나 다소 여유가 생겼다”면서 “오늘은 빨리 만나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2차 가는 중이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반색했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조치 완화로 식당·카페의 영업시간 제한이 밤 10시로 늘어나고 PC방 등은 영업제한이 해제된 첫날 자영업자들은 안도는 하면서도 영업 준비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신천역 먹자골목에서 5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 모 씨(43)는 “밤 10시까지 가게 문을 열어 놓고 장사했지만 손님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거리두기 완화 첫 날이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인지, 연휴 끝이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도 영업이 한시간 길어져봐야 매출이 크게 증대될 것 같지는 않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한 대리운전기사 영업시간이 종료된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 자신을 부른 손님을 찾아 신천역 먹자거리에서 바쁘게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시간 연장으로 택시기사와 대리기사 영업은 다소 숨통이 트였다. 특히 대리기사의 경우 영업제한으로 오후 9시가 넘어가면 일거리가 거의 끊겼지만 업종에 따라 영업시간이 늘면서 손님들의 '콜' 횟수가 늘어났다.
대리기사 강 모(58)씨는 “기존 영업제한 땐 오후 8시부터 9시 넘어서까지 대략 한 시간 정도 반짝 일이 몰렸는데 이제 10시로 연장되고 영업제한이 풀린 업종도 있어서 한 두건은 더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정부는 운영시간을 연장하면서 위반 업체에 적용하던 '투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강화했다. 한 번이라도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소는 바로 과태료 처분과 함께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진다.

문 대통령은 거리두기 완화 배경에 대해 “생업에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이길 바라는 절박한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두 달 넘게 계속된 방역 강화조치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누적됐고 장시간의 영업금지나 제한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벼랑끝으로 내몰렸다”면서 “지속가능한 방역을 위해서도 방역과 민생이 함께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자율과 책임을 중시하는 방역은 우리의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휴업과 폐업의 갈등을 겪고 있던 식당 주인들은 아쉽지만 영업시간 1시간 완화를 반기고 있다. 예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이지만 그래도 방문 손님이 늘고 운영 또한 여유로워졌다는 의견이다. 먹자거리에서 만난 대부분 자영업자들은 11시까지 2시간 정도는 영업시간을 늘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완화된 지침에 '일단 한숨은 돌렸다'라는 반응과 함께 신규 확진자가 15일에도 334명에 이르는 등 수도권에서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설 연휴가 막 지났다는 점을 고려 할 때 거리두기 완화가 성급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귀가하던 밤 11시 가까운 시간, 집 앞의 대형마트도 영업시간 연장으로 환하게 불을 밝히고 마지막 고객을 맞고 있었다.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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