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의 이코노믹스] 한국, 2025년 OECD 비기축통화국 중 3위 부채대국 된다

2021. 2. 1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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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축통화국' 기준으로 비교하면
2025년 이스라엘·핀란드 이어 3위
한국 국가부채 비율 결코 낮지 않아
비영리 공공기관 포함해 비교해야


7대 팩트체크로 풀어본 국가부채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요즘 잠재적 대권 후보자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본 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서로 간에 지원 방식에 따른 논쟁을 하다 느닷없이 기획재정부가 돈을 안 쓴다고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기재부가 수행하는 여러 기능 중 하나가 곳간지기다. 곳간지기더러 곳간 지킨다고 심하게 꾸짖으니 아무리 정치가 ‘갑’이고 행정이 ‘을’이라 해도 세상에 이런 갑질이 없다.

기재부는 재정에서는 최고 전문가들의 집단이다. 한 해 예산 558조원이 어떻게 쓰이는지 손바닥 보듯 하는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요즘 공무원은 벽창호도 아니고 정무적 감각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들이 대규모 재정확장에 우려를 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아쉽게도 재정은 용어가 생소한 데다 금세 이해하기 어려워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마땅치 않다. 여기서는 국민이 국가부채에 대해 알아둬야 할 최소한의 기본 사실관계만이라도 정리한다. 천문학적인 규모라서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길 수 있지만, 재정은 결국 우리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1. 국가채무(D1)냐 일반정부 부채(D2)냐?

국가채무 추이 및 전망

일부 정치권 인사들의 토론을 보면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작년 말 기준 4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사실일까? 그때 말한 44.2%는 국가채무, D1을 말한다. D1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를 더한 값이다. 반면 OECD나 IMF(국제통화기금)에서 국가 간 건전성 비교를 위해 활용하는 기준(GFS-PDS)은 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 부채로 이를 D2라고 한다. 즉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할 때는 D1이 아닌 D2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D2 추정값은 48.41%다. 이 수치와 OECD 평균을 비교해야 한다.

2. 단순평균이냐, 가중평균이냐, 중간값이냐?

과연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인가? 우리나라 국가부채 비율이 낮다고 할 때 비교하는 수치로 OECD 평균 부채비율 130%를 얘기한다. 그런데 이는 각국의 일반정부 부채(D2)를 GDP에 따라 가중평균한 값이다. OECD 국가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이나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이 각각 131.18%와 266.18%로 가장 높은 편이다 보니 가중평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국가 간 단순평균은 79.69%로 훨씬 낮다. 사실 단순평균마저도 적확한 척도로 쓰기에는 문제가 있다. 37개국의 국가부채 분포는 정규분포가 아니라 오른쪽으로 꼬리가 긴 카이자승분포 (chi-square distribution)에 가깝다. 이런 경우 중심값의 척도로는 중간값을 써야 하는데 이 값은 63.68%다. 이 중간값과 우리나라 일반정부 부채 비율과의 차이는 15.27%에 불과하다.

3. 기축통화국이냐? 비(非)기축통화국이냐?

국가채무, 일반정부 부채, 공공부문 부채 비교

우리나라 국가부채를 얘기할 때 논쟁거리 중 하나가 기축통화국과 수평 비교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축통화는 미 달러화,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캐나다 달러화, 스위스 프랑화, 호주 달러화, 뉴질랜드 달러화 등 8개 통화다.

OECD 37개국 중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는 23개국으로 전체 회원국의 62%가 이에 해당한다. 단순평균을 비교하면 기축통화국의 부채비율은 95.77%지만, 비기축통화국은 53.27%에 불과하다. 비기축통화국들이 국가부채를 훨씬 더 보수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비기축통화국 평균과 우리나라 부채 비율(48.41%)의 격차는 불과 4.86%에 불과하다.

4. 부채 규모보다 증가 속도가 문제

기재부나 학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이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일까?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부채비율의 증가 폭을 보면 한국은 7.63%포인트로 OECD 평균 9.87%포인트에 비해 낮다. 문제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향후 증가 폭의 경우 한국은 16.55%포인트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2025년엔 한국의 국가부채(D2)는 64.96%로 비기축통화국 중에서는 이스라엘과 핀란드 다음으로 국가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가 된다.

장기전망은 더 암울하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 7조에 따라 5년마다 향후 40년간 장기재정 전망을 국회에 제출하게 되어 있다. 지난해에 제출된 전망을 보면 20년 후면 국가채무 비율이 90%를 상회하게 된다. 일반정부 부채 기준(D2)으로는 100%를 넘어설 것이다.

5. 적자성 채무냐? 금융성 채무냐?

국가채무(D1)는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로 나눈다. 적자성 채무는 채무를 상환할 때 세금을 재원으로 갚아야 하는 채무를 말한다. 반면 금융성 채무는 대응 자산이 있어 별도의 재원 조성 없이 자체적으로 갚을 수 있는 채무다.

국가부채가 높아도 별문제가 아니라는 쪽의 주장 중 하나가 금융성 부채가 많으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2012년까지만 해도 적자성 채무보다 금융성 채무가 많았다. 그러다 2012년부터 적자성 채무의 비중이 금융성 채무보다 높아져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60%를 뛰어넘었다. 정부가 제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평가에 따르면 적자성 채무는 빠르게 증가해 2024년이면 그 비중이 68%에 달하고 GDP 대비로도 40%에 달한다. 즉 향후 세금을 걷어 갚아야 할 채무가 급격히 높아진다는 것이다. 앞으로 채무비율도 높아지지만, 채무의 질도 급격히 악화하는 것이다.

6. 충당부채까지 포함하면 더 심각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향후 정부가 지급해야 할 미래 연금의 현재가치다. 재무제표상 부채이지만 국가채무를 계산할 때는 제외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한 기금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의 재정이 악화하는 점이다. 더구나 정부는 국민연금도 실질적으로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의 경우 2050년 중반 이후 기금은 고갈되고 이후에는 부과식으로 전환해 당해 걷어 당해 지급해야 한다.

인구 규모 및 분포가 일정하다면 독일에서 보듯 문제가 되진 않지만, 우리의 경우 인구감소로 이대로 가면 보험료가 현행 9%에서 30% 선으로 치솟게 된다. 따라서 연금개혁이 시급하지만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시간만 흘러가면 결국 후세대들의 조세 부담 능력만 훼손되고 다른 국가채무 상환도 그만큼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7. 구체적인 상환 계획이 없다

재정은 위기 때 풀고 호황 때 줄이는, 즉 경기에 반대로 대응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경기침체 상황에서 재정을 확장하는 것에 반대하는 경제학자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최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적자 예산이 불가피했다는 점과 2023년부터 빚을 갚아 나가겠다는 상환계획을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코로나 이전 59.53%에 불과하던 독일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73.28%로 급증했다. 메르켈 총리는 2025년까지 이 수치를 59.52%로 돌려놓겠다는 구체적인 상환계획을 밝히면서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실토했다. 이런 것이 참다운 지도자의 모습 아니겠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가부채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팩트를 체크했다. 이런 사정을 두루 고려하면 우리나라 국가부채 상황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키워드

「 IMF 재정 기준
‘GFS-PDS’로 불리며 정부재정 통계(Government Finance Statistics)와 공공부문 부채(Public Sector Debt Statistics)를 의미한다. 주요 선진국은 이 방식에 따라 중앙정부·지방정부는 물론 비영리 공공기관을 모두 포함한 기준으로 국가부채를 비교한다. 한국이 주로 비교 기준으로 삼는 기준에는 비영리 공공기관이 빠져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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