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쿠팡, 뉴욕 가는데 동생 유니콘들 언제 크나
엘앤피코스메틱·위메프는 적자
옐로모바일, 무리한 투자로 추락
'타다' 쏘카는 정부 규제에 발목
"혁신 친화적인 환경 만들어야"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0월 국내 유니콘 기업 20곳을 정리해 발표했다. 아직 증시에 상장하지 않은 기업 중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곳을 골랐다. 이 중 1호는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었다. 중기벤처부는 쿠팡이 기업가치 1조원을 넘어선 시점을 2014년 5월이라고 봤다.
정부는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쿠팡의 상장 추진은) 한국 유니콘의 쾌거”라며 “벤처·창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2의 쿠팡’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진단이 업계에서 나온다. 특히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유니콘의 발목을 잡는 요소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의 운영사인 쏘카가 대표적인 사례다. 타다는 출시 1년도 안 돼 가입자 100만 명을 넘겼다. 타다의 성장과 더불어 택시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국회는 지난해 3월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타다 서비스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재웅 쏘카 대표는 “미래가 없어지는 순간 아무도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모빌리티(이동수단)와 핀테크(금융+기술)·헬스케어(건강관리) 분야는 ‘제2의 쿠팡’이 나올 수 있는 유망한 분야”라며 “그런데도 엄격한 규제 때문에 유니콘이 나오기도 어렵고, 나온다고 해도 성장세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장은 “쿠팡의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불법 논란을 겪다가 소형 화물차 규제가 완화되면서 합법화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혁신 친화적인 규제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기벤처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증시 상장이나 회사 매각으로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엑시콘’(엑시트+유니콘)은 일곱 곳이었다. 이 중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됐다. 잇츠한불과 더블유게임즈는 코스피 시장에, 펄어비스와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유니콘 기업에 포함된 곳 중 티몬·크래프톤·야놀자·쏘카 등은 올해 안에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옐로모바일과 엘앤피코스메틱은 상장 추진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BTS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엘앤피코스메틱은 2019년 영업 적자로 돌아섰다. 위메프는 지난해 영업손실 54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영업 적자가 30%가량 줄었다. 그런데도 영업 적자가 많은 편이라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지난해 위메프 매출은 2019년보다 17% 줄어든 3864억원이었다. 위메프 관계자는 “현재 상장 관련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투자 환경과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벤처캐피털(VC)은 자금력이 약한 데다 주로 단기 투자를 한다. 대부분의 큰손은 해외 VC”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대기업은 골목상권 침해 같은 부정적 인식 때문에 스타트업 인수는 꿈도 못 꾼다”고 덧붙였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공공부문은 분산 투자 위주여서 ‘될성부른 떡잎’ 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는 것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기업가 정신의 부재로 인해 스스로 추락한 곳도 있다. 옐로모바일은 유망한 스타트업과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에 나섰다. 당시 4조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로 수십 건의 소송에 휘말렸다. 2017년부터 회계법인에서 감사 의견거절의 통보를 받았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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