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공약대로 '막말' 부대변인 경질
더클로, 연애사 취재한 여기자에
"자고 싶어 질투하냐" 폭언 퇴출
“동료를 무례하게 대하고 누군가를 무시하는 말을 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해고할 것을 약속한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취임 선서를 마친 뒤 백악관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막말과 상호 비방이 난무하던 백악관 문화에서 벗어나 품위와 예의를 지켜달라는 각별한 경고성 당부였다. 바이든은 한 달도 안돼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겼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TJ 더클로 부대변인의 사임을 발표했다. 더클로는 자신의 사생활을 취재한 여성 기자에게 성적인 욕설을 하며 기사를 싣지 말라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악관은 3주 넘게 사건을 묵히다 여론이 나빠지자 최근 더클로의 사표를 수리했다.
미 문화·패션 잡지인 배니티페어에 따르면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의 타라 팰머리 기자는 지난달 더클로 부대변인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소속 알렉시 매카먼드 기자가 연인 관계라는 기사를 취재했다. 양측의 갈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일인 1월 20일 무렵 시작됐다. 팰머리 기자의 남성 동료가 반론을 받기 위해 더클로 부대변인에게 메시지를 남겼더니 더클로는 팰머리 기자에게 직접 전화해 보도가 나갈 경우 “당신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배니티페어는 보도했다. 더클로 부대변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팰머리 기자가 자신과 매카먼드 기자의 관계를 질투해 기사를 쓰려 한다고 몰아갔다고 한다. 과거 한 남성이 팰머리 기자가 아닌 매카먼드 기자와 자고 싶어했다는 사실에 질투심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발언도 했다고 배니티페어는 전했다.
다음날 폴리티코는 백악관의 사키 대변인 등 고위 공보 책임자들에게 더클로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지난 12일 배니티페어의 보도가 나온 뒤에야 “더클로 부대변인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일주일 무급 정직에 들어간다”며 “그가 복귀해도 폴리티코 관련 업무는 맡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백악관 공보팀이 이렇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론은 악화했으며 결국 바이든 대통령이 상황을 보고 받은 뒤에야 더클로의 사임 결정이 나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악시오스의 매카먼드 기자는 더클로와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지난해 11월 사측에 알린 뒤에도 바이든 캠프를 계속 출입하면서 당선인 관련 보도를 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료와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의 사적인 관계는 언론 윤리 차원에서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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