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골든타임 흘려버린 구조인력.. 그래도 책임자들, 무죄
[강연주 기자]
▲ 2014년 4월 16일 오전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459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
ⓒ 해양경찰청 제공 |
골든타임이 임박해오는 동안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한 인적·물적 자원 어느 것 하나 갖춰진 게 없었다. 2014년 4월 16일의 골든타임은 그렇게 흘러갔다.
당시 긴급하게 현장 배치된 구조헬기와 선박에는 세월호에 갇힌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한 도구조차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았다. 현장 구조인력들이 사고 해역 도착 직전까지도 세월호 침몰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결과였다. 그런가 하면 대형 여객선의 전복사고 훈련조차 받아본 적 없었던 소형의 경비정이 사고 해역의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되는 문제도 있었다.
위 내용은 15일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받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과 해경 지휘부 10명의 판결문에 언급된 내용이다. 해당 판결문에는 현장에 나갔던 구조인력들이 두 손 놓고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기재돼 있다.
재판부 "만일 그 무렵 퇴선이 실행됐다면..."
첫 문제는 늑장 대응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4분께,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로 신고를 접수받은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은 이어 오전 9시 4분경 세월호 영업직 승무원으로부터 추가 신고를 접수받았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시 승무원의 신고에는 "선내에서 (승객들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계속 방송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겨있었다. 그럼에도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은 첫 신고와 유사한 내용이라고만 판단하고서 구조 신호를 흘려보내고 만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만일 해경이 (승무원과) 교신을 유지했다면 승객들의 퇴선준비상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봤다
세월호와 유일하게 직접 교신을 진행했던 해경조직, 진도 해상교통관제(VTS)와의 교신 문제도 있었다. 진도VTS는 이날 오전 9시 7분경부터 9시 37분경, 현장에 다른 구조인력이 올 때까지 세월호와 직접 교신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진도VTS는 세월호와의 교신 사실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에만 전파했을 뿐, 다른 구조본부에는 알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에 근접한 민간선박(둘라에이스호)이 수회에 걸쳐 진도VTS에 "승객들을 퇴선(탈출) 시켜야 하고, 퇴선시 구조하겠다"라는 뜻을 밝혔음에도 해당 의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도VTS는 민간선박의 요구가 있었음에도 보다 자세한 현장상황을 파악하지 않았고, 되레 세월호 선장의 퇴선 결정만을 촉구했다.
판결문에는 이러한 진도VTS 판단에 아쉬움을 내비친 대목이 나온다. 재판부는 "(교신이 이뤄진 지) 몇 분 뒤면 구조 인력들이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었다"라며 "만일 그 무렵 퇴선이 실행됐다면 인명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적었다.
▲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와 시민들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 가족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
ⓒ 유성호 |
전달체계의 문제는 현장에 나간 구조인력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현장에 투입된 이들은 모두 세월호의 침몰 상황도, 세월호 승객 대부분이 방송에 따라 선내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사정도 알지 못했다. 이들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던 이유다.
판결문에 따르면 현장에 배치된 항공 구조인력의 경우 "여객선이 침몰 중이니 출동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뿐, 사고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세월호의 승선객 수와 침몰 정도에 관해 전달받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항공 구조인력은 선내 진입을 위한 어떤 장비도 구비하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 현장에 배치됐던 항공구조사의 수사기관 진술에 따르면, 구조헬기들은 선내 진입을 위한 해머, 손도끼, 수중절단기, 로프 등 어떤 장비도 갖추지 않았다.
사고 해역의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됐던 해경123정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는 과거 해경123정장 김경일씨 재판 증인으로 참석했던 승조원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승조원들은 "세월호가 40도 이상 기울어져 있음에도 사람들이 전혀 나와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꼈다", "세월호 승객들이 선체 밖으로 나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구명벌, 사다리 등을 준비했으나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이 없어 이상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결국 구조헬기와 해경123정 모두 현장에 단순 배치됐을 뿐, 사전 정보를 전달받지 못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구조계획조차 마련할 수 없었던 셈이다. 이밖에도 현장에 나갔던 선박과 구조헬기 모두 현장 영상 송출 시스템이 마련돼있지 않았고, 대형 여객선 조난사고에 대한 교육훈련이 전무했던 해경123정이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됐던 점 등이 모두 걸림돌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들어 "(해경123정은) 세월호와 같은 대형 선박 구조 업무의 현장 지휘를 감당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다"면서 "항공구조사의 경우, 이들을 선체에 진입시켰더라도 구조시간이나 장비의 부족으로 효율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했을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소통체계와 구조 역량의 문제로 인해 참사를 빚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세월호 구조실패 문제로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받았던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해경지휘부 10명에게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현장 구조 업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해경 전체 차원의 문제"라며 "(다만) 체계 정비가 안된 것을 해경 지휘부인 피고인들의 관리 책임으로 질책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구조 업무와 관련해 형사 책임을 묻는 업무상 과실을 적용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구조인력과 각급 상황실 통신이 잇따른 잡음으로 원활하지 못했던 점, 지휘부가 세월호의 급격한 침몰을 예견하기 어려웠던 점, 지휘부가 현장 구조인력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전달받을 수 없었던 점도 판단 근거로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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