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무호흡증, 무분별 자동 양압기 사용 금물"

민태원 2021. 2. 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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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만여명..4년 만에 3배 증가
수면 중 10초 이상 숨 안쉬는 증상
1시간에 5번 넘게 발생때 진단
기계식 양압기에 100% 의존 안돼
수면 무호흡증 환자가 양압기를 착용한 모습. 자신의 치료 적정 압력을 찾는 수면다원검사 없이 자동 양압기를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업체 제공


잠자는 동안 숨이 일시 멎었다가 ‘커억~’하고 다시 숨을 쉬게 되는 수면 무호흡증 환자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코를 고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이런 증상을 동반한다. 자신은 잘 모르거나 가족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십상이다. 1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 무호흡증 환자는 2015년 2만8975명에서 2019년 8만3683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증상이 1시간에 5번 넘게 발생하면 수면 무호흡증으로 진단된다. 시간 당 무호흡 횟수가 5~15회면 경증, 15~30회면 중등증(중간 수준), 30회 이상이면 중증에 해당된다.

자다가 자주 깨고 낮에 졸립거나 피곤하고 집중이 잘 안되면 수면 무호흡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중등증 이상이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뇌졸중, 심근경색, 치매·파킨슨병 같은 합병증이나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어 치료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 최근 수면 무호흡증 환자는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는 연구보고도 나왔다.

수면 무호흡증의 원인은 코와 목젖 문제, 기도 협착, 뇌숨골·폐·심장·횡경막 기능 저하 등 다양하다. 수면 무호흡증이 있을 시 ‘양압기’라는 기기를 이용해 잠자는 도중 코를 통해 강한 압력의 공기를 불어넣어 좁아진 기도를 열어줘서 무호흡이 일어나지 않도록 돕는 치료를 흔히 한다. 2018년 7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양압기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1차 수면다원검사(잠자는 상태에서 다양한 징후 포착 검사)를 통해 수면 무호흡증 진단을 받고 양압기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2차로 수면다원검사를 한 번 더 받아 자신에게 맞는 적정 양압기 압력을 찾고 그걸 수동 입력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잠자는 동안 몸에 뇌파, 심박동수, 산소포화도, 근전도 측정 센서를 붙이고 양압기 압력을 적용시켜 무호흡은 물론 호흡각성 노력, 산소 농도, 근육 이완 등이 모두 정상이 될 경우 의사가 치료 적정 압력으로 인정해 처방해 준다.

그런데 시간이나 비용, 불편함 등의 이유로 2차 수면다원검사를 생략하고 단순히 무호흡 빈도에 따라 자동으로 압력을 조절해 주는 기계식 양압기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국내에 상당수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숙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뇌파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부족한 일부 수면클리닉 의사들의 경우 환자 개인의 적정 압력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에 양압기 회사를 통해 무작정 자동 양압기를 구입·사용하라고 안내하는 경향이 있다. 또 해외에서 자동 양압기를 직구하거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이 쓰던 걸 구입해 적정압력 측정 검사나 처방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환자 상태에 적합하지 않은 압력의 양압기를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적응에도 실패해 치료 시기를 놓칠 염려가 크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압력이 맞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껴 잠자는 중간에 얼굴에 낀 양압기를 자신도 모르게 빼버리기도 한다.

최근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수면 무호흡증 환자 치료 시 편리하다는 이유로 자주 사용하는 자동 양압기의 수치에 100% 의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아주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준·박도양 교수팀은 수면 무호흡증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와 자동 양압기를 동시에 사용해 각각 무호흡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뇌파 등 수많은 센서를 통해 정확하게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와 달리 자동 양압기는 단순히 호흡 기류(공기 흐름)를 측정하는 센서만을 통해 무호흡을 판정해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준 교수는 “자동 양압기는 수면다원검사에 비해 대부분의 경우 무호흡을 적게 측정하고 특히 발병 기전이 전혀 다른 폐쇄성 무호흡(기도가 막혀 발생)과 중추성 무호흡(뇌의 호흡 중추 이상으로 생김)의 감별은 정확도가 낮았다”면서 “비만이거나 허리둘레가 두꺼운 대상자에서도 더 부정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에 환자는 물론 의료진 또한 자동 양압기의 수치만으로 환자 상태를 판단하기 보다 오류의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사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한진규 서울 스페셜수면의원 원장도 “자동 양압기는 사용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지만 착용자의 수면 무호흡이 나타날 때 비로소 감지해 공기를 공급하고 무호흡만 없애준다. 수면을 취하기 위한 뇌파까지 맞추진 못하기 때문에 양압기 압력이 수면다원검사로 측정한 것보다 약할 수 있고 뇌파를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 수면의학회는 자동 양압기 치료 가이드를 정하고 함부로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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