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형 쿠팡은 '뉴욕행 직항' 탔는데..갈길 잃은 한국 유니콘들

김경진 2021. 2. 1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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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업체인 쿠팡이 세계 최대 규모의 증권거래소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국내의 다른 유니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은 2014년 5월 기업가치를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로 인정받은 ‘대한민국 1호’ 유니콘이다.

한국 유니콘의 맏형 격인데, 상장할 경우 최대 55조원대로 평가받고 있어 7년 새 55배로 몸집을 불리는 셈이다. 유니콘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창업 10년 내의 비상장 기업을 가리킨다.

쿠팡 김범석 이사회 의장.



20개 유니콘 중 엑시콘은 7개
정부는 쿠팡의 미국 증시 직상장 뉴스에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쿠팡의 상장 추진은) 한국 유니콘의 쾌거다. 벤처·창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공한 스타트업의 상징 격인 유니콘들마저 ‘제2의 쿠팡’ 신화를 이루기 위해선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진단이 나온다.

1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유니콘은 쿠팡을 시작으로 우아한형제들·옐로모바일·위메프 등 20곳이다.〈도표 참조〉 이 가운데 우아한형제들(해외 매각)과 잇츠한불·더블유게임즈(이상 코스피 상장), 펄어비스·카카오게임즈(코스닥 상장) 등 투자 회수에 성공한 ‘엑시콘(투자를 회수한 유니콘)’은 7개에 그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티몬·크래프톤·야놀자·쏘카 등은 연내에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옐로모바일과 엘앤피코스메틱은 상장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국내 유니콘 기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BTS 마스크팩'도 못넘은 성장의 벽
유니콘의 미래를 좌우하는 잣대는 무엇보다 ‘성장 날개’다. 일반인에게 ‘BTS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엘앤피코스메틱은 2019년 영업 적자로 돌아서면서 상장에서 멀어졌다. 위메프는 지난해 영업손실 5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해 30%가량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 폭이 큰 편이다. 특히 매출이 전년 대비 17% 줄어든 3864억원이었다. 위메프 관계자는“현재 상장 관련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기업가정신의 부재도 문제다. 옐로모바일은 유망 스타트업과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에 나서 단숨에 4조원대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로 수십 건의 소송에 휘말리면서 스스로 추락했다. 2017년부터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거절 통보를 받았다.


“규제 완화 없이 ‘로켓 배송’ 없었다”
유니콘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요소는 과도한 규제다. 차량호출 서비스인 ‘타다’를 서비스한 쏘카가 대표 사례다. 타다는 출시 1년도 안 돼 가입자 100만 명을 넘었지만 지난해 3월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중단됐다. 당시 이재웅 쏘카 대표는 “미래가 없어지는 순간 아무도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서비스가 중단된 '타다 베이직' 차량들이 차고지에 주차돼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에서 모빌리티와 핀테크, 헬스케어 분야는 ‘제2의 쿠팡’이 나올 수 있는 유망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규제 때문에 유니콘이 나오기도 어렵고, 나온다고 해도 성장세가 더디다”고 지적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쿠팡의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불법 논란을 겪다가 소형 화물차 규제가 완화되면서 합법화했다”며 “정부 차원에서 혁신 친화적인 규제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큰 손’ 과감한 투자 필요
투자 환경과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유니콘업계 관계자는 “국내 벤처캐피털(VC)은 자금력이 약한 데다 주로 단기 투자를 해 대부분의 큰손은 해외 VC가 장악하고 있다”며 “여기에다 국내 대기업은 골목상권 침해 같은 부정적 인식 때문에 스타트업 인수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공공부문의 투자는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이유로 분산 투자 위주여서 ‘될성부른 떡잎’ 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는 것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문형남 교수는 “창업가의 사업 역량과 리더십을 존중하면서도 장기간 기다려주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식의 과감한 투자, 창업가에게도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모니터링하는 문화가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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