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적이던 文 "3월 새 거리두기 방안..역대급 고용위기"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는 3월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집합 금지와 영업 제한 등의 일률적 강제 조치를 최소화하면서 방역 수칙 위반 활동과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식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새 방식과 관련해 “자율성을 확대해 생업의 길을 넓히는 대신 책임성을 더욱 높이자는 것”이라며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방역에서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방역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 대해 “절박한 민생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장시간 영업 금지나 제한으로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며 “생업에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이길 바라는 절박한 호소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당 기간 코로나와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일부 계층에게 계속해서 경제적 부담을 지울 수는 없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방역수칙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보다 강화된 조치를 취해 방역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방역에 백신과 치료제가 더해지면 일상회복과 경제회복의 시간을 더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야당에서도 방역 조치의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 시설을 코로나 고위험 시설로 낙인 찍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며 “자영업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 정부ㆍ여당인 만큼 책임지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새로운 거리두기 방침이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 대통령은 21대 총선을 5일 앞둔 지난해 4월 10일 “부활절과 총선만 잘 넘긴다면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당시 총선에선 여당이 압승을 거췄다. 그러나 5월 초 시행된 '생활속 거리두기' 이후 2ㆍ3차 코로나 펜데믹이 이어졌다.
이와관련,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재난지원금도, 새로운 거리두기 정책도 모두 보궐선거를 앞둔 4월 직전에 투입된다고 한다"며 "이런 결정의 논리와 근거는 무엇인지 충분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고용 상황과 관련해 “예측했던 대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고용 위기상황임이 고용통계로도 확인됐다”며 “특히 고용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급 고용위기 국면에서 계획하고 예정했던 고용대책을 넘어서는 추가 대책을 비상한 각오로 강구해달라”고 지시했다. 특히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90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졌고, 임시ㆍ일용직이 취업자 감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청년들과 여성들의 고용상황을 개선할 특단의 고용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81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98만 2000명 감소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 128만 3000명 감소 이후 22년만에 최대폭이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 역시 외환위기 때 기록했던 16개월 연속 감소에 근접한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 방역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 관련 종사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
문 대통령이 고용상황을 언급하며 ‘외환위기’와 ‘역대급’ 등 극단적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 때만해도 “우리 경제는 거시적으로는 대단히 좋다. 한국은 가장 선방해 최상위권 성장률을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용에 대해서는 “국민의 삶과 고용이 회복되는 데에는 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논의될 4차 재난지원금 추경에도 고용위기 상황을 타개할 일자리 예산을 충분히 포함시켜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민간부문이 어려울 때 정부가 마중물이 되어 일자리 유지와 창출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자영업자 층에서의 대통령 지지도 추락이 방역·고용 분야와 관련된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자영업자 등의 58%는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를 보였다. 전체 업종 중 부정 평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5월 조사에서 91%(부정 평가 6%)가 긍정적 평가를 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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