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사과까지 2년.. "더 이상 낙엽처럼 떨어져 죽으면 안돼"
[김종훈, 이희훈 기자]
▲ 15일 오전 산업재해 피해자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가 사망한 경기도 수원 ACN본사 앞에서 은하종합건설 대표가 공식사과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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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 산업재해 피해자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의 어머니 신현숙씨가 아들이 사망한 경기도 수원 ACN본사 승강기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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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 산업재해 피해자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가 사망한 경기도 수원 ACN본사 앞에서 은하종합건설 대표의 공식사과 기자회견 참석자가 영정을 들고 서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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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건설 현장에서 사람이 낙엽처럼 떨어져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2019년 4월 10일 경기도 수원시 고색동 건설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청년노동자 고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가 동생 사망 678일 만에 시공사인 은하종합건설 대표의 공식사과를 받고 한 말이다.
김씨는 "건설 현장 지날 때마다 저 건물 지으면서 도대체 사람이 얼마나 죽을까 이 생각만 났다"면서 "오늘 시공사 대표의 사과 회견이 건설업체의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죄송,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지 못했다"
김씨의 말대로 이날 현장엔 시공사인 주식회사 은하종합건설의 대표 김상욱씨가 함께했다.
김상욱 대표는 "시공현장에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특히 고인의 유가족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15일 오전 산업재해 피해자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가 사망한 경기도 수원 ACN본사 앞에서 은하종합건설 대표가 공식사과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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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 산업재해 피해자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가 사망한 경기도 수원 ACN본사 정문 앞에서 유가족이 영정 앞에 절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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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과 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 대표는 '사과를 너무 늦게 한 것 아니냐'라는 질문에 "많이 늦은 것이 맞다"면서 "뵐 때마다 사과의 말씀을 전했지만 (유가족들의) 마음이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2심 선고를 앞두고 사과를 한 것 아니냐'라는 물음에 대해 그는 "아니다"라면서 "진정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다"라고 답했다.
지난 2020년 6월 수원지법은 김태규씨 사망사건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은하종합건설 소속의 현장소장 A씨와 차장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시공사인 은하종합건설에는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오는 17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청년노동자 김태규씨는 2019년 4월 10일 경기도 수원 권선구 신축공사 현장에서 건물 5층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폐자재를 운반하던 중 건물 벽과 엘리베이터 문 사이 틈새로 추락해 사망했다. 벽과 엘리베이터 사이에 43.5㎝의 틈새가 있었지만, 태규씨는 틈을 발견하지 못했다. 일용직으로 출근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사고 당일 태규씨는 안전화와 안전벨트를 받지 못한 채 자신의 오래된 검은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작업하다 참변을 당했다.
▲ 15일 오전 산업재해 피해자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가 사망한 경기도 수원 ACN본사 앞에서 유가족 김도현씨가 동생의 영정을 들고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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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 경기도 수원 ACN본사 앞에 영정과 국화가 헌화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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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 산업재해 피해자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가 사망한 경기도 수원 ACN본사 앞에서 은하종합건설 대표의 공식사과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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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건설사 대표의 사과를 받기까지 태규씨 누나를 비롯해 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누나 김도현씨는 동생 태규씨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사고 직후부터 직접 증거를 모으고 관련자들을 찾아 증언을 들었다. 이를 모아 경찰서와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국회 그리고 검찰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발주처로부터 "(동생이) 엘리베이터에서 죽었으니 엘리베이터 업체에 연락해라, 재수 없게 여기서 죽어서 공사 지연 되게 만들어 돈 더 들게 만든다"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담당 형사에게 증거와 증언을 모아 전달하자 "이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라는 말도 들었다. 재판정에서는 "비일비재한 추락사 중 하나"라면서 합의를 종용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동생은 재수 없게 죽은 게 아니라 원청과 하청에서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지 않아서 죽은 것"이라면서 "산재사고가 기업살인이 되는 그날까지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어느 현장에라도 동생 김태규와 함께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도현씨를 비롯해 산업재해 피해 가족들의 단식 등의 노력 덕분에 국회는 지난 1월 8일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켰다.
▲ 15일 오전 산업재해 피해자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가 사망한 경기도 수원 ACN본사 승강기 앞에 영정사진이 함께 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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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결된 법안에는 산업재해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명시됐다. 또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전체 재해의 32%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50인 미만 사업장 역시 법 적용까지 3년의 유예 기간을 갖게 됐다. 발주처에 대한 처벌조항 역시 삭제됐다. 이 때문에 실효성 없는 법안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 15일 오전 산업재해로 숨진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가 사망한 경기도 수원 ACN본사 앞에서 은하종합건설 대표의 공식사과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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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은하종합건설 대표의 공식사과 기자회견 현장에는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tvN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의 가족, 세월호 참사 희생학생 가족 등이 함께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태규씨가 추락한 발주처 ACN 정문 앞에 국화꽃을 바치며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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