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조차 삐걱대는 안·금..김종인 "혼자 살려다가 다 죽어"

손국희 2021. 2. 15. 16: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양측은 최근 TV토론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오종택 기자


순풍을 타는 듯 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단일화’가 TV 토론회라는 암초를 만나 삐걱대고 있다. “단일화 TV 토론은 후보당 1회만 허용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양측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면서 15일 예정된 TV토론이 무산됐고, 이 과정에서 네 탓 공방까지 벌여졌다.

선관위는 지난 10일 “단일화 후보 토론은 한 번 허용하고, 두 번 이상 할 경우 다른 후보자에게도 주관 방송사가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측에 전달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단일화할 당시 선관위가 내놓은 유권해석이었다.

이에 대해 양측의 반응은 180도 엇갈렸다. 금 전 의원은 “20년 전 사례일 뿐”이라고 일축했고, 안 대표 측은 “유권해석을 어기면서 토론을 강행할 순 없다”고 맞섰다. 결국 금 전 의원 측이 전날 실무협상에 끝내 참여하지 않으면서 15일 토론은 불발됐다.

15일 오전 금태섭 전 의원이 동숭로에 있는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열린 간담회 뒤 안철수 대표와의 TV토론 무산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토론 무산에 대해 금 전 의원 측은 “안 대표가 약속을 뒤집고 딴소리를 했다”고 반발했다. 금 전 의원 측에 따르면 선관위 유권해석 뒤 금 전 의원과 안 대표가 통화를 했는데, 안 대표는 “유권해석이 고민이지만 TV토론은 (15일과 25일) 예정대로 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TV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면, 15일 약속대로 토론한 뒤 대안을 고려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 대표 측은 “토론 시기와 방식은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데, 금 전 의원 측이 일방적인 고집을 부린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금 전 의원 쪽은 ‘우리 의견을 따르지 않으면 논의는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협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 측은 토론 형식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자유토론 형식을 원하지만, 안 대표 측은 세부적인 주제를 토론 전에 확정할 것을 원하고 있다.


반전이냐 굳히기냐…토론 갈등 이면엔 ‘이해득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치권은 이번 충돌을 양측의 이해득실이 반영된 힘겨루기로 본다. 현재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안 대표에 비해 열세인 금 전 의원 입장에선 토론회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 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미리 짜여진 각본 없이 자유 토론하면 금 전 의원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위를 보이는 안 대표 측에는 “토론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를 마치 안 대표를 겨냥한 공세의 장으로 몰고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안 대표 측은 실무협상부터 재개하자는 입장이지만, 금 전 의원 측은 “안 대표 측이 구체적인 토론회 대안부터 제시해달라”고 버티고 있다. 일각에선 토론회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양측이 단일화라는 대전제에 여전히 동의하는 만큼 이번 주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야권 관계자는 “한차례 TV토론 뒤 유튜브 등에서 추가 토론회를 여는 대안 등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김종인 “나 혼자 살겠다고 고집하면 공멸”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가운데는 이종배 정책위의장. 오종택 기자


한편 논란이 된 ‘단일화 토론 1회 제한’ 유권해석에 대해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 그대로 적용되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유권해석이) 19년 전 사례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새로운 상황에 대한 별도 유권해석이 가능하다”며 “다만 후보 측의 세부적인 요청이나 질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비대위 회의에서 “후보 한 명이 나 혼자 살겠다고 고집하면 모두 죽는, 공멸의 상황”이라며 “국민이 물어보는 사안에 대해 자유자재로 답변할 역량을 가져야 정치인”이라고 했다. 안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