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조차 삐걱대는 안·금..김종인 "혼자 살려다가 다 죽어"
순풍을 타는 듯 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단일화’가 TV 토론회라는 암초를 만나 삐걱대고 있다. “단일화 TV 토론은 후보당 1회만 허용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양측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면서 15일 예정된 TV토론이 무산됐고, 이 과정에서 네 탓 공방까지 벌여졌다.
선관위는 지난 10일 “단일화 후보 토론은 한 번 허용하고, 두 번 이상 할 경우 다른 후보자에게도 주관 방송사가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측에 전달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가 단일화할 당시 선관위가 내놓은 유권해석이었다.
이에 대해 양측의 반응은 180도 엇갈렸다. 금 전 의원은 “20년 전 사례일 뿐”이라고 일축했고, 안 대표 측은 “유권해석을 어기면서 토론을 강행할 순 없다”고 맞섰다. 결국 금 전 의원 측이 전날 실무협상에 끝내 참여하지 않으면서 15일 토론은 불발됐다.
토론 무산에 대해 금 전 의원 측은 “안 대표가 약속을 뒤집고 딴소리를 했다”고 반발했다. 금 전 의원 측에 따르면 선관위 유권해석 뒤 금 전 의원과 안 대표가 통화를 했는데, 안 대표는 “유권해석이 고민이지만 TV토론은 (15일과 25일) 예정대로 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TV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면, 15일 약속대로 토론한 뒤 대안을 고려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 대표 측은 “토론 시기와 방식은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데, 금 전 의원 측이 일방적인 고집을 부린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금 전 의원 쪽은 ‘우리 의견을 따르지 않으면 논의는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협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 측은 토론 형식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자유토론 형식을 원하지만, 안 대표 측은 세부적인 주제를 토론 전에 확정할 것을 원하고 있다.
━
반전이냐 굳히기냐…토론 갈등 이면엔 ‘이해득실’
정치권은 이번 충돌을 양측의 이해득실이 반영된 힘겨루기로 본다. 현재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안 대표에 비해 열세인 금 전 의원 입장에선 토론회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 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미리 짜여진 각본 없이 자유 토론하면 금 전 의원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위를 보이는 안 대표 측에는 “토론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를 마치 안 대표를 겨냥한 공세의 장으로 몰고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안 대표 측은 실무협상부터 재개하자는 입장이지만, 금 전 의원 측은 “안 대표 측이 구체적인 토론회 대안부터 제시해달라”고 버티고 있다. 일각에선 토론회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양측이 단일화라는 대전제에 여전히 동의하는 만큼 이번 주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야권 관계자는 “한차례 TV토론 뒤 유튜브 등에서 추가 토론회를 여는 대안 등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
김종인 “나 혼자 살겠다고 고집하면 공멸”
한편 논란이 된 ‘단일화 토론 1회 제한’ 유권해석에 대해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 그대로 적용되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유권해석이) 19년 전 사례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새로운 상황에 대한 별도 유권해석이 가능하다”며 “다만 후보 측의 세부적인 요청이나 질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비대위 회의에서 “후보 한 명이 나 혼자 살겠다고 고집하면 모두 죽는, 공멸의 상황”이라며 “국민이 물어보는 사안에 대해 자유자재로 답변할 역량을 가져야 정치인”이라고 했다. 안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눈물·오줌 채워와라"…女배구 학폭 쌍둥이서 끝나지 않았다
- "예쁨 받는 며느리? 일종의 세뇌 같은 거죠"…설연휴 대박난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
- 다세대주택 옥상서 악취난 이유가…어머니 시신 30년 보관한 80대
- "연경언니와 메달 따겠다" 이재영·다영 학폭으로 끝난 국대 꿈
- 친모가 버린 3세...아랫집 외조부모 살았는데, 죽음 왜 몰랐나
- 아스트라, 65세 미만부터 우선 접종…고령층은 3월말 판단
- 센터가 누구야? 걸그룹 메인얼굴 사라지는 이유
- 불혹 브리트니, 아버지에 용돈 받는다…팝공주에게 무슨 일이
- [단독] 곽상도 "날 표적수사 한 문 대통령에 이번주 억대 소송 걸겠다"
- 생후2주 아기 맞아 죽었는데…119 불러 심폐소생술 한 부부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