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에 있는 혐한 그리고 혐조

김광욱 2021. 2. 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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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의 세계⑫ 재일조선학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정책적 배제

[김광욱 기자]

'혐조(嫌朝)'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혐한(嫌韓)'에는 혐조, 즉 북한을 꺼려하는 의식과 행동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마찬가지로 혐조에도 혐한 의식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혐조의 경우, 북한을 중심으로 하지만 혐한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 또는 한반도에 대한 역사적인 부정의식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에서 혐조보다 혐한이 더 많이 쓰인 배경은 이렇다. 북한과는 정치와 경제, 외교 등 모든 면에서 폐쇄적인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데 반해 한국과는 가깝게 교류해 왔기 때문이다. 즉 혐한이나 혐조에는 한반도 전체를 가르키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한국과 상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혐한에는 혐조까지 포함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일본에 혐조가 더 심해지게 된 배경

북한에 대한 경계가 더욱 심해지게 된 것은 일본인 납치사건과 북한 핵실험 이후이다. 2002년 9월 당시 고이즈미 수상이 북한을 방문해 교섭하고, 한 달 후인 10월에 5명의 일본인 납치자가 귀국했다. 그러자 일본 여론은 안심하기보다 '이럴 수가 있느냐'는 배신감이 팽배해졌다. 그때까지 납치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자체를 반신반의했기 때문에 사실로 밝혀지자 북한에 대한 불신이 증폭된 것이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은 일본열도에 큰 충격을 줬다. 우리나라는 해방이지만 일본에서는 패전으로 이어지는 핵무기에 대한 공포와 부정적인 인식은 매우 크다. 납치에 핵실험이 얹혔져 북한이라는 나라는 괴물에 가까운 나라로 표현되면서, 그 위험성에 대해 연일 심층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이러한 보도는 재일 조선인에 대한 괴롭힘(이지메)으로 나타났다.

2003년 일본의 젊은 변호사회 조사에 따르면, 조총련계 재일조선학교에 대한 여러 형태의 괴롭힘이 계속됐다. 조사 결과 일본인 납치자들이 귀국한 2002년 10월 이후 재일조선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5명중 한 명이 괴롭힘을 당했다. 조사대상 2710명중 522명(19.3%)이 피해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남학생(14.1%)보다 여학생(24.8%) 피해가 많았던 이유는 치마저고리로 된 교복 때문이었다. 남학생은 저학년일수록 저항이 힘들기에 당하고 있었는데, 전형적으로 약자에 대한 괴롭힘이었다. 

치마저고리로 통학하는 여학생들의 교복은 쉽게 표적이 돼 언어와 물리적인 공격으로부터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기 때문에 등·하교시에는 치마저고리를 입지 않게 된다. 한복 치마저고리로 통학하는 여학생은 아름답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고 자부심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됐는데, 이런 이지메에 견디지 못하고 한복 교복은 교내에서만 착용하는 교복으로 바뀌게 된다. 이미 1999년 4월 조선학교 여학생에 대한 이지메가 이어져 등하교시 여학생의 치마저고리 교복착용은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임의사항으로 바뀌었다.

북한에 대한 혐조의식은 혐한의식과도 관련성을 갖고 있다. 한반도에서 일어난 일인데 같은 민족인 한국이 왜 방지하지 못했냐는 비판이다. 납치라는 인권문제,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감시가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한국이 관심을 갖고 철저하게 대비했어야 했다는 비판이다. 또한 납치문제와 핵실험이 일어난 후, 한국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비판이 철저하지 못했고, 국제사회 특히, 일본과의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혐조의식이 이어진 곳... 조총련계 조선학교
 
 2019년 10월 3일 오후 3시,?일본 아이치 조선중고급학교의 고급부 학생과 졸업생이 일본 정부의 '고교무상화' 제도 배제에 항의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국가배상을 청구한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나고야고등재판소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이날 재판소에 모인 조선학교 학생, 학부모, 관계자 200여 명이 법원의 부당판결에 항의하고 있는 모습.
ⓒ 김지운
 
2010년 4월부터 공립고등학교 등의 수업료와 취학지원금을 지원에 관한 시행규칙을 검토하게 되는데, 당시 민주당 정권에서는 심사를 보류하고 있었다. 2012년 제2차 아베정권이 들어서면서 공안조사청의 조사결과를 근거로 재일조선학교는 북한이나 조총련과의 밀접한 관계가 의심되고 취학지원금이 수업료로 충당되지 않는다는 점이 우려된다면서 재일조선고등학교를 지원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게 된다. 재일조선고등학교가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하게 되자 찬반의견으로 팽팽한 주장이 계속되고 있었다. 

후꾸오카, 아이치 등 일본 각 지역에서 조선학교 측이 제소한 취학지원금 제외대상을 철폐하라는 소송에서 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재판결과를 보고하면서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동경한국학교와 오오사카의 코리아국제학원 등 한국계 고등학교는 각종학교로 지정되어 취학지원금을 받지만, 북한에 대한 혐조의식은 조총련계 조선학교에 대한 지원 삭감으로 이어진다.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은 북한에 대해 일본인 납치와 핵문제로 인해 국제사회와 일본정부가 경제제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 지원금이 교육을 위해 사용된다는 보장과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지원에 반대하는 이유로 교육내용을 들고 있다. 교육을 통해 김일성 부자에 대한 우상화를 하고 있으며, 북한의 지령을 충실히 따르는 교육기관에 일본인의 세금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냐는 거부감이었다.

단, 자치단체에 따라 정부와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기준으로 다른 외국인학교와 평등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효고현 같은 지방정부도 있다. 2012년 효고현은 현내의 6곳의 재일조선학교에 대해 1억2685만 엔을 지원했는데, 이 규모는 해당년도 전재일조선학교에 대한 지원금의 절반에 해당된다. 그 후 재일조선학교에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모금지원도 있었다.

재일조선학교 학생수는 1970년대초 4만6000명 정도였으나, 매년 감소추세로 2019년 5월 현재 5200명 정도이다. 이중 고등학교 학생은 9개 교에 1000여 명 정도다.

북한은 재일조선학교에 대해 1957년부터 지원을 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열악한 북한 재정으로 감당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 정부가 외면해 온 것은 같은 민족이라 도 조선학교의 학급에 걸려 있는 사진에서 확인되는 우상화와 교육내용 때문이었다. 조총련계 학교라고 하지만, 대한민국 국적으로 통학하는 학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에만 지원을 맡겨둘 수는 없다.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은 한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 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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