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성폭행..30년 묻힌 엘리트가문 성범죄에 佛 발칵

박장군 2021. 2. 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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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저명 정치학자인 올리비에 뒤아멜(70)이 의붓아들을 상습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온 가운데 지식인의 추악한 민낯에 전 국민적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어 '엥세스트'는 친자식, 피가 섞이지 않은 의붓자식 등 가족과 친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성적 학대를 지칭하는 단어다.

파문이 커지자 뒤아멜은 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을 감독하는 재단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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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저명 정치학자인 올리비에 뒤아멜(70). AFP 연합뉴스


프랑스 저명 정치학자인 올리비에 뒤아멜(70)이 의붓아들을 상습 성폭행했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온 가운데 지식인의 추악한 민낯에 전 국민적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15일 트위터 등 SNS에는 ‘#미투엥세스트’(MetooInceste) 해시태그를 단 글이 끊임없이 게시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실제 가족, 친족간 성폭력 피해를 증언하는 글도 여럿 있다. 프랑스어 ‘엥세스트’는 친자식, 피가 섞이지 않은 의붓자식 등 가족과 친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성적 학대를 지칭하는 단어다.

공개적으로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해온 근친상간에 대한 분노에 불을 지핀 건 뒤아멜의 의붓딸이자 파리5대학 법학과 교수인 카미유 쿠슈네르(45)였다. 그는 뒤아멜의 둘째 부인 에블린 피지에(1941~2017)가 전 남편과 낳은 이란성 쌍둥이 딸이다. 쿠슈네르는 지난달 초 ‘대가족(La Familia grande)’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해 뒤아멜이 자신의 쌍둥이 형제 빅터를 여러 차례 강간했으며, 가족뿐만 아니라 뒤아멜과 어울린 많은 정계 인사들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책에서 쓴 빅터는 쌍둥이 동생인 앙투안 쿠슈네르 파리7대학 교수를 말한다.

올리비에 뒤아멜(70)의 의붓딸인 카미유 쿠슈네르 파리5대학 법학과 교수가 지난달 초 출간한 ‘대가족(La Familia grande)’. AP 연합뉴스


‘#미투엥세스트’(MetooInceste) 해시태그를 단 글이 연일 SNS에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캡처


쿠슈네르의 폭로를 자세히 보면 뒤아멜은 빅터가 13세이던 1988년부터 2년 넘게 성폭행을 저질렀다. 당시 빅터는 쌍둥이 누이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비밀을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큐슈네르는 성인이 된 뒤 어머니 에블린에게 뒤아멜이 저지른 성 학대를 알렸지만, 피지에는 남편을 보호하기 위해 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터는 르몽드 인터뷰에서 “카미유가 쓴 내용은 모두 진실”이라고 털어놨다. 침묵 속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30년 넘는 세월이 걸린 것이다.

에블린은 소르본대 정치학 교수, 변호사 등으로 활동한 대표적인 여성 좌파 지식인이자 페미니스트였다는 점에서도 충격은 컸다. 20대 시절 에블린은 쿠바에 가서 4년간 피델 카스트로의 연인으로 지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파문이 커지자 뒤아멜은 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을 감독하는 재단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뒤아멜의 근친상간 의혹을 알고도 모른 척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프레데리크 미옹 시앙스포 학장도 불명예 퇴진했다. 급기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모든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가족, 친족 간 성적 학대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예방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의회도 근친상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30여년 전 의붓아들을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프랑스 유명 정치학자 올리비에 뒤아멜(70)을 비난하는 벽보. "뒤아멜과 당신들은 절대 평화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AP 연합뉴스



여기에 책에 추가로 공개된 쿠슈네르 친부의 성 추문까지 보태져 프랑스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쿠슈네르의 친부는 국경없는 의사회(MSF)를 공동 설립하고 보건부, 외교부 장관 등을 지낸 프랑스 정가의 거물 베르나르 쿠슈네르(81)다. 책에 따르면 그는 아내 피지에의 여동생이자 영화배우인 마리-프랑스 피지에(1944∼2011)와 내연 관계였다. 이같은 사실은 쿠슈네르의 어머니도 알고 있었다. 좌파 엘리트 지식인인 어머니는 남편과 여동생이 내연 관계라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게 쿠슈네르의 설명이다. 끔찍한 성 추문에 더해 지식인 사회의 추악한 민낯에 논란이 증폭되는 모양새인 것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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