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설 화상상봉'도 무산됐다..이인영의 5번째 '공수표'
"상봉 하려면 대상 선정, 생사 확인 등 최소 2달"
"상봉 메커니즘 고려치 않고 임박해 제안해 문제"
작은교역, 대미 라인 구축, 한미연합훈련 등 줄줄이 좌절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의지를 보였던 음력 설을 계기로 한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이 성사되지 않았다. 북한은 15일에도 화상상봉 제안에 공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 장관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설(12일) 계기로 화상상봉이라도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대로 남과 북이 함께 기념할 수 있는 날에 이산가족 만남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대면 상봉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온라인 형식의 화상상봉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사실상 공개 제안이었다.
이 제안이 설을 넘겨 버린 건 1차적으로는 남북 접촉을 거부하고 있는 북한의 완강한 태도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관의 대북 제안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물리적인 준비 시간을 고려치 않고 상봉을 제안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전직 고위 당국자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선 적십자회담을 열어 날짜를 합의한 뒤 대상 선정→생사확인→회보서 교환→선정된 인원 소집 등 최소 6주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 장관이 이런 상봉 메커니즘을 고려치 않고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에도 한 달가량의 시간을 앞두고 언론을 통해 알렸는데, 이런 식의 제안을 북측이 수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해에는 추석을 한 달 앞둔 9월 2일 적십자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에는 설(이달 12일)을 18일 앞둔 시점에서 북한에 화상 상봉을 제안했다. 남북이 합의를 통해 상봉 날짜를 조정할 수는 있었겠지만, 시점상 임박한 제안이었다. 또 화상 상봉이 이뤄지려면 북한에도 화상 전송 장비가 새로 설치돼야 하는 만큼 이를 위해서라도 시간이 더 필요했다. 정부는 화상 상봉을 염두에 두고 북한에 제공하기 위해 2019년 카메라 등 장비를 유엔 제재위원회로부터 면제 판정을 받아놨다. 그런데 이 장비는 아직 북한에 전달조차 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정부가 비공식 민간 채널을 통해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의사를 타진했지만 여의치 않자 이 장관이 대북 압박 차원으로 공개 제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물리적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제안을 내놨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15일로 204일째를 맞는 이 장관은 그간 '앞서가는' 발언과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이 장관은 취임 직전 북한의 맥주와 한국의 설탕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예외 품목을 교역하는 ‘작은 교역’을 아이디어로 거론했다. 북한은 이에 무응답으로 일관했고 국내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역풍을 불렀다. 지난해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곤 “통일부에서 미국 대선 직후 이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통일부 차원의 대미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구상을 추진했지만 결국 이 장관 방미는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 소식통이 밝혔다. 정부 부처 간 조율부터 쉽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 장관은 지난 4일엔 국회에서 다음 달 예정된 한ㆍ미 연합훈련의 조정 필요성을 거론했지만 한ㆍ미 군 당국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전직 당국자는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관이 남북대화 복원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의욕을 평가한다”면서도 “하지만 국무위원이라면 발언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으니 의욕만으로 움직이면 ‘정치인 장관’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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