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분리수거 안 하면 동(洞) 전체 쓰레기 수거 안 한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고등동에 사는 4939가구는 지난해 10월 쓰레기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가 쓰레기 수거를 3일 정도 중단했다. 한 가정에서 버린 생활폐기물 종량제 봉투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이 무더기로 나오자 수원시가 고등동 전체의 쓰레기 수집·운반을 중단한 것이다.
당시 고등동을 포함해 10개 동(세류2동·연무동· 영화동·원천동·송죽동·우만1동·조원1동·매탄1동·권선1동)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 쓰레기 수거가 중단되면서 이들 동네 골목 등에는 쓰레기봉투가 쌓였다. 악취로 인한 민원도 쏟아졌다. 한 주민은 "그 사건 이후로 쓰레기를 버리기 전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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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리 쓰레기 적발되면 동 전체 수거 안 해
수원시는 오는 22일부터 생활폐기물에 대한 표본 검사를 벌여 분리수거 등이 안 된 쓰레기를 배출한 동(洞)의 쓰레기 수집·운반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배출된 생활폐기물을 대상으로 표본 검사를 한 뒤 자원회수시설(소각장) 반입 기준에 미달한 쓰레기를 배출한 동에는 '생활 쓰레기 반입 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표본 검사 적발 대상은 ▶함수량(含水量) 50% 이상 ▶재활용품(캔·병·플라스틱류 등) 5% 이상 혼입 ▶규격 봉투 내 비닐봉지가 다량 포함된 쓰레기 등 소각에 부적합한 쓰레기다.
위반 사례가 적발된 동에는 1차 경고가 내려진다. 경고 후에도 반입 기준 부적합 사례가 적발되면 3일에서 최대 1개월까지 자원회수시설로 쓰레기 반입이 중단된다. 이 기간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는 해당 지역에서 쓰레기 수거 등을 아예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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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 쓰레기 배출 2배 급증
무분별한 쓰레기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수원시의 설명이다. 수원시는 2000년 4월 영통구 영흥공원 인근에 건립된 자원회수시설에 300t급 소각로 2기를 갖추고 수원 전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하루 600t까지 처리하고 있다.
소각장 운영으로 인한 민원도 이어졌다. 이에 수원시는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수원시 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와 협약을 맺고 반입 쓰레기 기준을 정했다. 주민지원협의체는 2012년부터 각 동에서 배출된 쓰레기를 대상으로 표본 검사를 한 뒤 기준 위반 사례가 적발된 동에 '반입 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
아파트 등 관리 인력이 있는 공동주택이 몰린 지역보다 원룸촌이나 단독·다가구 주택 등이 많은 동네가 주로 '반입 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쓰레기 배출이 평년보다 2배 정도 증가했다. 자원회수시설이 가동된 지 20년이 지나자 영통구 주민들도 지난해부터 소각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한 가정에서 부적절하게 쓰레기를 반입했다고 동 전체 쓰레기를 반입 금지라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원시 관계자는 "부적절하게 쓰레기를 배출한 가정에 과태료도 부과하고 있는데 분리수거 등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과태료 체납이 증가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며 "동 전체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으면 개인은 물론 주변도 불편을 겪기 때문에 이웃끼리 감시·단속하는 등 과태료 부과보다 더 큰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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