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도 전 재산 날린 주식, 나는 다를 줄 알았는데

남희한 2021. 2. 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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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민낯] 주식 시장은 먹을 수록 허기가 지는 곳이었다

한 이코노미스트의 말에 의하면 주식투자는 물 위에 떠 있는 게임이라고 한다. 물 위에 잘만 떠 있으면 언젠간 바다에 도달할 수 있다고. 그런데 대부분이 더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다 무리하여 중간에 빠진다고. 무리하지 않는데 나의 처절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자말>

[남희한 기자]

손실을 입었을 때보다 더 배가 아플 때가, 팔고 나서 더 오르는 주가를 볼 때다. 높은 수익을 올렸던 주식이 자꾸 오르자, 다시 샀다가 폭삭 망했다는 뉴턴의 주식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벌고도 잃은 것 같은 요상한 마음과 그로 인한 조급한 무리수. '더 먹을 수 있었는데'와 '괜히 다시 들어갔어'의 씨앗이다.

아쉬움이라고 통칭하는 이 씨앗은, 주가를 예측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의 토양에서 싹을 틔운다.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던 추측들이 확실해지고, 잘 짜 맞춘 인과관계로 완전무결한 스토리가 만들어지면, 아쉬움의 꽃봉오리가 터지면서 투자자의 분통도 터지게 한다.

남다른 통찰력을 가진 위인도, 날고 긴다는 전문가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주가의 방향. 그 어려운 것을 맞춰보려 참 많이도 시도했다. 제 몸무게의 몇 배를 들 수 있는, 상식을 벗어난 개미여서인지 자꾸만 상식 밖의 행동을 과감히 저질렀다.

욕심이 예측의 근거가 되는 기 현상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투자를 시작하곤,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의 등락에 현혹됐다. 상장 폐지가 거론되는 잘 알지도 못하는 기업의 미래에 베팅하는가 하면, 기업 합병과 분할에 의한 주가의 방향을 예측하기도 했다. 소소하게 쌓아 올린 작은 성공의 조각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한 번에 무너져 내렸다.

예측하는 것도 문제지만 실상은 욕심이 더 큰 문제였다. 욕심은 '적당히'를 모르게 한다. 원하는 방향으로만 생각하게 했고 부풀려 생각하게 만들었다. 길이 하나뿐인, 예외를 용납하지 않는 예측은 그렇게 욕심을 먹으며 자라났다.

오를 때는 당연해 보였고 내릴 때면 속이 상하는 것이 자꾸 손끝이 간질거렸다. 오르면 마냥 오를 것 같았고 떨어지면 다시 튀어 오를 것 같았다. 그 결과 불타기, 물타기, 판 거 또 사기가 만연했다. 그것들이 가져온 것은 불행히도 손실의 배양. 무럭무럭 자라난 손실이 결국 나를 위협했다. 욕심만 있고 기준이 없었던 매매는 그렇게 위험한 것이었고 욕심은 항상 절친인 화를 초대했다.
 
▲ 먹고 토해내는 사람들 눈물나는 경험이지요.
ⓒ 남희한
 
먹고 토하면 속이 쓰리다. 그래서 적당히 먹어야 함에도 그게 참 쉽지 않다. 먹을 때만큼은 너무 행복하다. 계속 먹고 싶다. 맛있음의 행복감과 배부름의 통증, 그 경계 어디쯤에서야 타협을 보게 된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식시장은 배부름이 없는 곳이다. 먹는 만큼 배가 커진다. 아니 먹은 만큼 더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 배가 부른 듯싶다가도 이내 허기가 지는 곳. 주식시장은 그런 곳이었다.

그렇게 욕심내서 먹다 보니 으레 체하는 경우가 생긴다. 욕심으로 배는 커졌는데 소화력은 대단치 않다 보니 그렇다. 그 체함은 생각보다 고약해서 먹은 걸 다 토해내고도 내장까지 쏟아낼 만큼 구역질을 하게 했는데, 더 괴로웠던 것은 고통스런 웩웩거림 뒤에 "이제 살겠다!"가 아닌 "이제 어쩌지?"라는 마음의 고통이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플라톤은 욕구를 누르고 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용기라고 했는데, 이에 빗대 보면 내가 용기라 착각했던 것은 '이성적 행동'이 아닌 욕구를 100% 반영한 '이상적 희망'이었다. 그러고도 대단한 결단을 내린 것 마냥 가짜 용기를 남발했다.

용기보다 쉬운 겁먹기

이성이라 생각했던 것이 나만의 행복 시나리오라는 걸 알고부터, 나는 이성적으로 겁부터 먹고 있다. 수차례 힘겹게 토하다 보니 겁이 절로 난 것도 있지만, 실패를 가정한 구체적인 물질적 정신적 고통이 날뛰는 욕심에 목줄을 채워줬기 때문이다. 호되게 당한 탓인지, 생각만으로도 당시의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나 급해지고 과해지는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트레이더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사고 종종 판다. 1/5씩 나눠 담고 1/5씩 덜어낸다. 올라도 사거나 팔고, 내려도 사거나 판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골라낸 종목을 0으로 만들진 않는다. 그게 대체적으로 마음이 편했다. 예전처럼 스펙터클하진 않지만, 가끔 마음이 쫄깃해지다가도 편해지는 것을 보면, 나름 이성과 욕심의 경계 어디쯤엔 머물고 있는 듯하다.

내게 있어 이것의 좋은 점은 마음의 여유다. 더 올라도 아직 가지고 있다는 위안이고 내려도 더 채우거나 덜어내면 된다는 안도감이다. 일련의 계획을 가지지만 그 계획만으로 행동하지도 않는다. 

많이 두들겨 맞아서인지 너덜거리는 유연함이 생겼고 한 종목을 오래 접하다 보니 다소간의 확신과 믿음이 생겨서다. 한 사람을 오래 두고 보면 건강상태나 생활습관 정도는 알게 되는 것처럼, 매운 걸 먹고 탈이 난 것에 큰일 났다며 호들갑 떨거나 겉모습에 속는 일이 줄었다. 

'적당히'라는 세상 어려운 말

음식 솜씨가 좋은 사람에게 조리법을 물으면 대다수가 '적당히'라는 미지의 가늠자를 가지고 있다. 적당히 넣고 적당히 버무리고 적당히 익히면 된다고. 세상 어려운 그 적당함을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늘 대답은 똑같다.

"하다 보면 알게 돼..."

역시 어렵다. 그래도 하다 보면 안다고 하니 꾸준히 해보는 수밖에. 부디 애쓰지 않아도 '적당히'를 가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시도가 극단적이지 않길 간곡히 희망한다. 뉴턴은 주식으로 전 재산을 날리며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측정할 수 없다"는 명언이라도 남겼지만, 내 생애 그런 행운(?)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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