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IV·ACTC·IPOE..美 증시 대세로 떠오른 스팩(SPAC), 현명한 투자법
해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가 ‘서학개미’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 증시에서 스팩 상장이 IPO(기업공개)의 주요 통로로 활용되면서다. 유망 기업에 한발 앞서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급등세를 보이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고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열기를 달구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로 빠른 상장을 원하는 기업이 늘면서 지난해부터 스팩을 통한 IPO 열풍이 이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팩은 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767억달러(약 86조원) 규모 자금을 끌어모았다. 전체 IPO 물량의 약 45% 수준이다. 수소트럭 업체 니콜라와 배터리 제조 업체 퀀텀스케이프,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 오픈도어, 우주 관광 업체 버진갤럭틱 등 주목받는 혁신 기업들이 스팩 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면서 투자자 눈길을 끌었다.
▶상장 첫 주 80%는 주가 상승
▷합병 전까진 변동성 높아 주의
스팩 투자의 장점은 일반 IPO 공모 청약보다 진입이 쉽고, 인수합병 기간 내 합병에 실패하는 경우 투자 원금뿐 아니라 예금이자 수준 이자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스팩의 주당 액면가가 10달러(약 1만1180원)로 국내 스팩 액면가(2000원)보다는 높지만 스팩 인수를 위한 존속 기간이 2년으로 국내(3년)보다 짧다. 무엇보다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미국 증시의 스팩이 기업을 인수합병하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2018년 기준 평균 17개월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는 평균 3~4개월로 크게 줄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 전통적 IPO보다 더 빠른 자금 조달과 수익을 추구하면서 스팩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방은 지지가 되고 상방은 열려 있다는 측면에서 스팩은 전통적 IPO 투자의 좋은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스팩 투자의 높은 수익률도 투자 심리를 끌어당기는 요인이다. 최근 월가에서는 상장 직후 스팩 주가는 무조건 오른다는 것이 새로운 공식이 됐다. 실제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최근 상장된 140개 스팩 중 117개는 거래 첫 주에 상승 마감했다. 2020년 7월 30일 만들어진 스팩지수를 봐도 1월 말까지 6개월간 주가 상승률이 나스닥지수를 30%포인트 이상 웃돌면서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다만 모든 스팩 상장 기업 수익률이 좋은 것은 아니다. 버진갤럭틱, 드래프트킹스, 루미나와 같은 성공적인 스팩 합병 사례가 있는 반면 사기 의혹에 휩싸였던 니콜라와 같이 저조한 수익률을 보인 경우도 있다. 스팩 구조상 합병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매매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결코 적지 않다.
▶당분간 스팩 열풍 계속될 듯
▷CCIV, 루시드 합병설에 급등
위험 요인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스팩에 대한 관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유명 투자자들이 대형 스팩 상장에 잇따라 나서면서 스팩 대세론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애플, GM 등 잘 알려진 대기업 중심으로 투자하던 국내 서학개미도 스팩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 6위와 7위에 각각 ‘CHURCHILL CAPITAL CORP IV(CCIV)’와 ‘ARCLIGHT CLEAN TRANSITION CORP(ACTC)’가 이름을 올렸다. CCIV는 1억2397만달러(약 1386억원), ACTC는 1억703만달러(약 1197억원)를 순매수했다.
CCIV는 마이클 클레인 씨티그룹 전 CEO가 이끄는 처칠캐피탈의 스팩이다. CCIV는 테슬라의 최대 경쟁 업체로 꼽히는 루시드모터스와의 합병설이 돌면서 매수세가 크게 몰렸다. 올 2분기부터 양산 예정인 고급 전기 세단 ‘루시드 에어’는 1회 충전으로 약 800㎞ 주행이 가능해 테슬라를 뛰어넘을 대항마로 꼽힌다. 지난 1월 8일까지 주당 10달러 선에 머물렀던 CCIV는 루시드모터스 측과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11일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2월 2일 32.14달러까지 3배 넘게 올랐다. 아직 처칠캐피탈과 루시드모터스 측으로부터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CCIV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ACTC는 미국 전기버스 제조 업체 프로테라(Proterra)와의 합병 발표가 기폭제가 됐다. 프로테라는 1월 12일(현지 시간) ACTC와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다고 발표했다. 올 상반기 중으로 상장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합병 발표 당일 ACTC 주가는 하루 만에 106.7% 급등한 이후 주당 25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버스계의 테슬라’로 불리는 프로테라는 2004년 설립된 전기버스 제조사로 북미 전기버스 시장에서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한다.
▷스팩 ETF도 고려해볼 만
이 밖에 주목할 만한 미국 스팩 종목으로는 IPOE, TPGY, LGVW, VGAC 등이 꼽힌다.
IPOE(Social Capital Hedosophia Holdings V)는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페이스북 부사장 출신이 이끄는 소셜캐피탈헤도소피아가 상장한 스팩으로 미국 핀테크 유니콘 기업 소파이(Sofi)와 합병을 발표했다. 2011년 설립된 소파이는 3조원 넘는 외부 투자금을 유치할 정도로 미국 핀테크 업체 가운데 가장 ‘핫’한 기업이다. 학자금 P2P 플랫폼에서 출발해 현재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주식 거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TPGY(TPG Pace Beneficial Finance Corp)는 유럽 전기차 충전소 1위 기업인 EVBox와 합병하는 스팩이다. EVBox는 충전 시설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데, 현재 70여개 국가에서 19만개가 넘는 충전소를 운영한다.
LGVW(Longview Acquisition Corp)는 초음파 장치·소프트웨어 업체인 버터플라이네트워크와 합병이 결정된 스팩이다. 버터플라이네트워크는 빌 게이츠와 ARK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해 유명해진 의료기기 업체로 초음파 장치를 소형화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투자 포인트다. 의료 영상 기술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버진그룹이 운용하는 VGAC(VG Acquisition Corp)는 아직 합병 기업이 정해지지 않은 스팩이다. 하지만 최근 버진갤럭틱에서 분사한 소형 위성용 로켓 발사 업체 버진오빗, DNA 테스트 업체로 유명한 23andMe 등과 합병설이 돌면서 올 들어 주가가 15% 이상 올랐다.
높은 변동성 때문에 개별 스팩 종목에 대한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여러 스팩에 분산 투자하는 스팩 ETF도 고려해볼 만하다. 현재 미국 증시에는 SPAK, SPCX, SPXZ 3개의 스팩 ETF가 상장돼 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합병 전 단계에서 너무 높은 가격에 스팩을 매수하면 합병 불발이나 기간 연장 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성급하게 진입하기보다는 합병 발표 후 대상 기업을 분석하고 성장성에 베팅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6호 (2021.02.17~2021.02.23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